설교일 : 2016년 4월 28일 목요일
오늘 읽은 것 같은 이런 부분을 성경에서 만나면 참 난감합니다. 아마도 이런 내용들은 성경에 나오는 족보와 더불어서 성경을 읽는 우리들을 곤란하게 하는 대표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읽지 않고 넘어가지니 찝찝하고 또 읽자니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읽어가야 하니 답답하고 짜증이 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이렇게 성경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내용들이야 말로 정말 중요한 내용들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것을 잘 모르는 것이지요. 첫째는 그런 이야기들 뒤에 숨겨진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그저 성경을 읽는다고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집니다. 성경은 단편적인 교훈이나 내용들을 마구 모아 놓은 것이 아닙니다. 성경은 전체적으로 그리고 창세기나 마태복음처럼 한 권이 들려주는 메세지가 있고 모든 이야기들은 마치 하나의 소설 속에 나오는 작은 이야기들같은 그런 역할을 합니다. 그 역할을 알아야 뜻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역할을 찾는 것이 사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이것은 우리가 성경을 읽는 방법의 문제인데,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성경을 그저 읽자 마자 무언가 느끼고 읽자 마자 은혜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으로 생각하며 읽어왔습니다. 그래서 보자 마자 무언가 느껴지고 깨달아지지 않으면 그냥 별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 속에는 그렇지 않은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처음 그 말씀이 주어졌던 상황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리고 그 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 않으면 도저히 의미와 말씀이 담고 있는 은혜를 깨닫지 못하는 그런 말씀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성경에 대해서 조금 말씀드리려고 한 것이 이렇게 길어졌는데요. 아무튼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다니엘 11장도 그런 말씀들 속에 속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그냥 쓱 읽어서는 도대체 하나님이 이 이야기를 왜 해 주신 것인지도 알 수가 없고 그래서 별 의미가 없는 기록인 듯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냥 이야기만 보면 나라들과 전쟁이야기입니다. 남쪽 나라와 북쪽 나라의 역사, 그리고 남쪽 나라 왕과 북쪽 나라 왕들의 이야기입니다. 두 나라 모두 엄청나게 강한 나라들이지요. 그런데, 이 두 나라는 두 나라가 아닙니다. 실제로는 남쪽과 북쪽에서 일어나고 또 망하게 되는 수많은 나라들의 역사입니다.
나라가 세워지고 강성해져 갈 때, 이 나라들은 그야 말로 천하를 호령합니다. 군대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나라는 최고로 부강해 집니다. 그렇지만, 그런 세월이 천년만년 계속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영원히 강하고 영원히 다른 나라들을 떨게 만들 것 같던 그런 나라들도 새롭게 등장하는 다른 나라들이나 아니면 그 나라 안쪽으로부터 그 나라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들의 손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려 버립니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봄에는 새로운 이파리를 내고 여름에는 무성해 졌다가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맺지만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기게 되는 것처럼 모든 나라들이 똑같은 역사를 반복하고 또 반복합니다. 사실 지금 잡혀와 있는 이스라엘도 똑같은 과정을 겪었지요.
이 땅 위에 세워진 나라들은 다 이렇습니다. 이런 틀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 나라의 전성기 때는 정말 대단한 것 같고 또 영원히 영광을 누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왕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온 세상을 자기 것으로 호령할 것 같지만 사실 이 세상을 떠나면 그만이고 또 중간에도 언제든지 권좌에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 세상의 강한 나라, 이 세상의 위대한 왕들은 사실 수많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또 많은 나라들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영원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온 세상의 왕이신 하나님, 그리고 그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하나님 나라는 어떨까요? 하나님은 전혀 야망이 없으십니다.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무리한 방법이나 다른 나라나 자기 나라 사람들을 괴롭게 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랑으로 다스리십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면서 다스리십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완전합니다. 그리고 영원합니다. 영원한 평강과 희락,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만 있을 뿐입니다. 거기는 서로 더 높은 자리, 더 큰 힘을 차지하려고 서로 다투고 미워하고 죽고 죽이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모든 것이 진리를 따라 바르게 다스려 지며 항상 올바른 상태, 그리고 다른 것들과 완전히 조화로운 상태로 있게 될 것입니다.
땅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삶은 그다지 소망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을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여길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 상태의 이 세상에 너무 큰 소망을 두고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되구요. 우리는 비록 이 땅, 그리고 이 땅 위의 한 나라 안에 살아도 항상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바라보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 항상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낙심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도 평강과 든든함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언제나 하나님 나라가 완전히 이루어질 그 날, 내가 그 나라의 영원한 백성이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소망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비록 지금 나의 인생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나라가 흔들릴 때에도 우리의 인생은 견고하게 서 있게 될 것입니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언제나 그 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