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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6.09.19.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요한복음 20-21장)



설교일 : 2016년 9월 19일 월요일




우리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에 예수님께서 안치되신 무덤으로 갔던 여인들과 제자들이 빈 무덤을 보면서도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면 항상 비슷한 반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둔하고 믿음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자신을 따르던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해 주셨으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제자들과 여인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생각하는 일은 정말 정말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고통당하시고 또 죽어가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 과정을 지켜보고 또 무덤에 장사지내지는 모습까지 본 후에 그 무덤이 비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누가 예수님의 시신을 훔쳐 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천사들을 통해 말씀하시고 또 부활하신 모습을 직접 보여주시면서 여인들과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믿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목적은 믿음이 없는 것을 꾸짖으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제자들에게 믿음을 주시고 또 믿게 해 주시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애석하게도 도마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다고 이야기했지만 전혀 그 이야기를 믿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도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 말 덕분에 도마를 부를 때 항상 ‘의심많은 도마’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저는 도마의 이런 태도는 아주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믿음이란 적당히 확실히 믿어지지 않는데도 믿는 척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믿음이 확실한 믿음이 되지 못하고 적당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것 때문에 사람들의 믿음이 그렇게 쉽게 흔들리고 힘이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도마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믿음을 그렇게 불확실한 상태로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그런 태도를 분명히 밝혔던 것입니다. 


그 일이 있은지 팔일 후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나타나셨습니다. 사실 이번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제자들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도마 한 사람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도마가 원하는 대로 해 주셨습니다. 손가락을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도마는 예수님께서 진짜로 부활하셨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고, 그 믿음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 팔일 동안 뜸을 들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예수님에 대한 최고의 고백이었습니다. 이것은 예수님이 그저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는 믿음이 아니라 예수님을 하나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때로 우리들은 우리들이 마땅히 믿어야 하는 것을 믿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고 또 두려워서 확실히 믿지도 않으면서 그저 믿는 척하면서 대충 넘기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마는 우리에게 그런 태도가 오히려 우리의 믿음을 진짜 믿음, 우리를 살리고 또 살게하는 믿음에 이르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말고 당장은 조금 부끄럽고 불안해도 믿지 못하는 것은 믿지 못한다고 말하고,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참된 믿음을 향해 나아가라고, 그러면 주님이 진짜 믿음을 주실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의 믿음은 항상 충분하지 않습니다. 가장 믿음이 좋을 때에도 우리 믿음은 부족하기만 하지요.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믿음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그런 것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고 믿음을 계속해서 그저 그런 상태로 내버려 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우리의 믿음이 어떤지는 우리 주님이 100퍼센트 잘 아십니다. 숨기거나 아닌 척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의 믿음을 대하는 태도 중에 그것만큼 어리석은 태도가 없습니다. 우리 주님은 언제나 우리의 믿음 없음을 도와주실 준비가 되어 주십니다. 때로 너무 답답하면 약간 꾸짖기도 하시지만 우리가 더 나은 믿음을 가지려는 마음의 소원을 포기하고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 한 주님은 우리를 더 나은 믿음 더 확고한 믿음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우리 모두가 도마처럼 자신의 믿음에 대해서 정직하게 주님 앞에 서서 너 나은 믿음, 그리고 더 온전한 믿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