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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3.08.20. 새벽예배 -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창세기 36)


창0908to17 - 내가 너희와 언약을 세우리니(창36).pdf


20130820D (#01).mp3.zip




  문 : 창세기 9장 8-17절


예전에 대구 지하철 화재가 난 후 몇년 뒤에, 그 화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인터뷰한 기사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습니다. 살아남으면 다 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목숨은 건졌어도 그 분들의 삶은 정말 너무 가슴아팠습니다. 사람이 너무 심한 충격을 받으면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정서적 외상이 남는데, 이것이 두고 두고 사람을 괴롭게 합니다. 그런 극심한 스트레스는 팽팽해고 질서잡혀 있어야 할 사람의 신경을 축 늘어지게 만들고 엉클어지게 만들어서 항상 불안함과 무기력감, 그리고 공포감에 시달리게 만든다고 합니다. 


정말 엄청난 홍수가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1년동안이나 물로 뒤덮었고, 옆집에 살던 이웃을 포함한 모든 호흡있는 생명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홍수가 있었습니다. 노아와 그의 자녀들이 그 홍수를 뚫고 살아남았지만 그들에게는 이전에는 없었던 비에 대한 공포가 생겼을 것입니다. 물로 온 세상이 망하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으니 아마도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그런 재앙을 또 내리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과 공포가 생겨났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나님께도 이 홍수는 너무 너무 슬픈 일이었습니다. 자신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수많은 사람들과 손수 이 세상에 만드시고 또 살게하신 거의 모든 생명체들을 손수 없애버리셔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다시는 그런 식으로 이 세상을 멸망하지 않으시겠다고 결심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결심을 그저 당신의 마음 속에만 간직하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대신 그 생각과 결심을 언약으로 만들어 노아와 노아의 아들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언약의 증표로 무지개를 보여주시면서 구름 사이에 무지개가 나타나는 한 이 세상이 홍수로 멸망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게다가 하나님께서 무지개를 보실 때마다 이 언약을 기억하고 그대로 지키실 것이라고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원래 하나님께서는 언약을 맺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언약이란 불완전하고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두 당사자가 자신의 말을 지키겠다는 표시로 맺는 것입니다. 새끼 손가락을 거는 것이나 계약서를 쓰는 것이나 법적으로 공증을 받는 것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고, 약속을 잊지도 않으시는 분이시며, 완전히 신실하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마음 먹으신 것이나 생각하신 것은 곧 현실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하나님 혼자서 생각하시고 하나님 혼자서 그 생각대로 하시면 그만입니다. 특히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과 같은 약속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원래 언약이란 두 사람의 당사자가 서로의 의무를 정하고 그것을 지키겠다는 보증으로 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무지개 언약은 하나님의 일방적인 행동이었습니다. 그냥 생각대로 하시면 되지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아담에게 전혀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언약으로 만들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와 아들들에게 이 세상에 다시는 물로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실 필요가 없으셨습니다. 그렇게 하시겠다고 약속하실 이유는 더더욱 없으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이 언약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그것은 철저히 노아와 노아의 아들들, 그리고 우리들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안심하게 하고, 우리가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을 믿을 수 있도록 하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만약 하나님의 이 언약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노아와 노아의 아들들은 비만 내리면 시냇가의 청개구리처럼 근심과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우리도 큰 비만 내리면 이러다 세상이 망하는게 아닌가 하면서 걱정했을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는 아무리 비가 내려도 그것 때문에 이 세상이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확신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의 하나님은 언약의 하나님입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하나님의 사람들과 언약을 맺으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언약의 하나님이란 별명을 가지고 계십니다. 신약과 구약성경 자체가 약속의 책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경의 하나님은 언약을 하시고 그 언약을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람들과 언약을 맺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지만 실은 하나님께서 사람들과 언약을 맺으신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님이 얼마나 풍성한 은혜의 하나님이신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언약이란 실은 하나님께는 아무런 필요가 없는 일을 순전히 하나님의 백성들인 우리들을 위해서, 잘 믿지 못하고 신실하지 않은 우리들을 위해서 주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경에 언약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물론 그래도 하나님을 믿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럴 때, 우리는 얼마나 난감하고 막연할까요? 실제로 성경은 우리가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구원을 얻고 그것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도 그것이 아주 오랫동안 그것도 수없이 거듭해서 말씀해 주신 언약의 성취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언약이 없다면 구원도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 나심과 사심, 그리고 죽음과 부활이 아무런 예고 없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면 이 세상에 그 누가 그것이 자신을 구원할 사건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겠습니까? 다른 은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은혜라고 베풀어 주어도 우리는 그것이 은혜인 줄 모를 수 밖에 없습니다. 


언약은 믿음의 근거와 내용의 역할을 합니다. 만약 기도에 응답해 주시겠다는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기도가 응답될 것이라고 믿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하나님께로 피하는 자에게 산성과 방패가 되어주신다는 약속이 없으면 우리는 하나님께로 피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 주신다는 약속이 없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항상 걱정과 근심에 빠져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성도들의 신앙 속에는 이런 문제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모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신앙생활을 해도 확실함과 확신이 부족하고 여전히 근심과 걱정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더 잘 믿으라고, 더 확실히 믿으라고, 믿음에 있어서 흔들리지 말라고 우리에게 수많은 언약을 주셨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 언약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이 언약을 모르며, 또 언약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항상 언약하고 불안하며 또 근거가 없는 것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노아의 언약이 그랬듯이 하나님의 모든 언약은 우리가 하나님을 더 신뢰하며 그 신뢰 속에서 평안하고 확신있는 삶을 살게 하시기 위해서, 또 하나님을 섬기게 하시기 위해서 주신 선물입니다. 항상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주신 언약에 관심을 가지시고 성경에서 그 언약들을 찾아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위로를 받으시고, 그 위에서 든든하시며, 그 위에서 흔들림 없이 하나님을 신뢰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여러분의 믿음은 근심과 걱정을 이기는 믿음이 될 것이고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 드리는 믿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언약을 붙들고 신앙생활을 함으로써 언약의 견고함 위에 서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고, 또 그 복을 누리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