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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3.09.26.새벽예배 - 사래의 여종 하갈아(창세기 55)


창1607to09 - 사래의 여종 하갈아(창55).pdf


20130926D (#01).mp3.zip




  문 : 창세기 16장 07-09절


아브람과 사래의 조급함 때문에 하갈은 피해자 아닌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직접적으로는 하갈의 교만이 원인이 되었지만, 어쨋든 하갈은 뱃속에 태아를 잉태한 채로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아브람과 사래처럼 믿는 사람들은 모두 세상의 복이 되기 위해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믿는 사람들이 믿음이 아닌 자기 생각대로 움직일 때, 그 일이 자신의 삶을 헝클어 놓을 뿐 아니라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의 삶도 복되게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복을 나눠주어야 하는 우리의 소명에도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나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을 중심으로 생각하려고 애써야 하고, 믿음에 따라 움직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결국 나의 삶에도 플러스가 되고 다른 이들의 삶에도 플러스가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래의 학대를 피해서 도망치던 하갈은 지친 몸을 쉬기 위해 샘가에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하나님의 사자가 타나나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단순히 몰라서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질문이 항상 그렇듯이 이것은 하갈로 하여금 자신에 대해서 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던지시는 질문입니다. 먼저 하나님은 하갈을 그냥 이름만 부르시지 않고 “사래의 여종”이라고 부르십니다. 이것은 하갈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시는 부르심이었습니다. 이름은 하갈입니다. 그러나 하갈은 그냥 하갈이 아닙니다. 하갈은 ‘사래의 여종’입니다. 거기가 하갈이 있어야 할 자리이고 또 지켜야할 자리입니다. 종으로써 교만 때문에 한 순간 잘못을 저질렀더다면 주인에게 사죄를 빌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야지 이렇게 자기 자리를 떠나 도망쳐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는 말씀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 하갈이 있어야 할 자리를 먼저 말씀해 주셨고, 그 다음에는 하갈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났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자리, 그래서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가 있습니다. 이 자리를 ‘소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소명을 따라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사실 경험적으로 보면 소명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이 그 소명을 이루는 일도 쉽지 않지만 그 소명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욱 더 힘든다는 것을 목회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끼곤 합니다. 하갈이 자신이 사래의 여종이라는 것을 잊었을 때, 큰 실수를 했고, 또 그 자리를 떠났듯이 나 자신이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이 희미해질 때마다 저 자신이 목회자로서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게 되기가 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님의 소명 안에서 살게 됩니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성도라는 소명, 또 집사나 권사 혹은 장로라는 소명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갈의 자리가 주인인 사래와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듯이 소명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주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소명을 받고 또 그 소명에 따라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그 관계 안에서 과연 나는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지켜내는 것입니다. 


하갈은 아브람의 아이를 가졌어도 자신을 ‘사래의 여종’으로 생각했어야 합니다.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고서 자기 자리를 잘 지켰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하갈은 아마도 굉장히 귀하게 여김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핍박을 받거나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세상의 구설수에 오르면서 하나님의 이름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우리들이 하나님을 위해서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가 있어야 하고 또 지켜야 할 자리를 망각하고 그 자리를 떠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한들, 아니면 반대로 별로 하는 일이 없다고 한들 하나님 앞에서의 우리의 자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성도로서의 소명, 직분자로서의 소명, 그리고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이며 또 종이라는 소명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항상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임의대로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마시고 제 자리를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하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그러자 하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내 여주인 사래를 피하여 도망하나이다.” 그런데 이 대답 속에는 어디서 왔다는 이야기는 있지만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하갈은 도망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서 점점 그 자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갈은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생각하지 않고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너무 경황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하나님의 질문과 하갈의 대답 속에는 우리 인생을 위한 아주 귀한 진리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놓아두신 그 자리를 함부로 떠나는 순간부터 그야 말로 정처 없고 방향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목표를 세웁니다. 이것이 나의 비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그것을 향해서 열심히 정말 열심히 달려가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공허함을 느끼고, 견딜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며, 찾아오는 인생의 무의미함을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목표도 분명하고 또 비전도 훌륭한데,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이런 일들이 항상 벌어지게 될까요? 그것은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과 상관없이 정해지고 또 추구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차량마다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모르는 길도 찾을 수 있고, 또 자기 위치가 어디인지도 정확하게 알 수 있는데, 네비게이션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네비게이션 안에 입력되어 있는 기준점이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네비게이션이 위도와 경도가 0인 지점을 기준으로 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라는 기준점을 떠난 인생은 자신이 어디있는지, 그리고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비젼을 만들어 보지만 이미 기준점이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살면서도 허무하고 열심히 살면서도 불안한 것입니다. 마치 샘 가에 주저앉아 있는 하갈처럼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온 곳은 알고 있지만 갈 곳은 모르는 하갈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이것은 지금 하갈이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하나님의 해답이었습니다. 떠난 곳으로 돌아가라,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라, 그 자리를 잘 지켜라.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도 처음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을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을 마다한다면 온전한 회복은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쉽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바로 잡는 방법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중간에 끼어든 것들이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길이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이란 하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삼고서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신앙은 사래를 떠난 하갈처럼 하나님을 떠나서 내 맘대로 가야할 곳도 모르는 채로 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삶은 확신이 없고, 그래서 우리 삶은 혼란스러울 때가 많은 것입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하나님께로 돌아가서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들을 모두가 다 임시방편이며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혹시 삶이 뒤엉켜 있으시다면, 마음에 온전한 평안이 없고 때때로 허무하고 공허해 진다면 하갈을 향한 두 개의 말씀을 기억하시고 그 말씀에 순종하시기 바랍니다. “사래의 여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냐”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 


내가 하나님 앞에서 누구인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올바로 세우시고 그 관계 안에서의 나의 자리를 다시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주인되시는 자리로, 그 하나님께 순종하고 복종하는 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원래의 우리 자리, 그리고 우리를 위한 기준점으로 돌아가 하나님 앞에 겸손히 머물 때,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게 회복될 것이며, 하나님 손에 붙들린 든든하고 질서잡힌 삶이 될 것입니다. 항상 하나님을 중심으로 나를 바라보는 복된 성도들로 사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