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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주일오후

2014.04.20. 세월호 사고 특별기도회 - 우는 자와 함께 울라



본   문 : 로마서 12장 14절




오늘은 우리 성도들에게는 신앙적으로 볼 때, 최고의 명절인데 올해 부활절은 마음이 그렇게 가볍지가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실 줄로 압니다. 말씀 드린 대로 오늘 오후에는 잠깐 이라도 바깥으로 나가서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이렇게 아픈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는 시간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잠시만 말씀을 전하고 기도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요 며칠 동안 참 아픈 슬픔 가운데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라는 탄식 섞인 질문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가 참 어렵습니다. 특히 피해자들 중에 그동안 힘든 학업에 찌들려 지내다가 수학여행이라고 신이 나서 밤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해 가던 어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 며칠 이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도하면서 이것이 나의 잘못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 일하고는 직접적인 관련도 없고 책임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 또한 이 나라의 어른이기 때문에 잘못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이들은 사실 이 나라의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 나라의 어그러지고 뒤틀린 모습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그 어느 분야에서든지 원칙과 법을 제대로 지켜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편법이 법이 되고 부정직함이 상식으로 여겨지는 그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어찌보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이번 참사 또한 전혀 지킬 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사고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번 일은 단지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그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미 ‘어른’이라고 불리는 우리들의 잘못입니다. 물론 내가 직접 법을 어긴 것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정직하게 사느라고 살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마 우리들 중 대부분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고 그냥 눈 감고 지내온 것은 부인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발 붙이고 사는 땅이 이렇게 망가져 가고 있는데도 나에게 직접 피해가 가질 않는다고 애써 무관심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저는 적어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일에는 저 자신의 책임도 없다고는 할 수 없고, 그래서 더 미안하고 더 죄스럽습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는 이런 비슷한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부끄러운 고백입니다만, 저는 그 동안에는 그런 일을 지켜보면서도 무덤덤하게 지나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가 못했습니다.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저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제가 얼마나 무정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말입니다. 그동안은 참 비인간적인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닮기를 바랬던 예수님의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로 인한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온전히 헤아리셨고 그것 때문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으니까요.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당시의 유대인들을 향해서 한탄하시면서 “이 세대를 무엇으로 비유할까 비유하건대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제 동무를 불러 이르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항상 저와는 별상관없다고 여겨던 말씀이었는데 이 말씀이 어제는 굉장히 아프게 들려왔습니다. ‘그동안 내 마음 불편하지 않자고 이웃과 이 세상의 고통과 슬픔을 나몰라라 했던 적이 참 많았구나, 나 편하자고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슬피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았던 적이 참 많았구나’ 하는 뉘우침이 있었고 또 그래서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오늘 이 일을 함께 겪고 있는 우리 성도들에게 이 말씀처럼 적절한 말씀이 또 있을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주님께서 이런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은 그저 함께 우는 일일 것입니다. 그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기도하는 일일 것입니다. 


먼저 찬송가 한 곡 같이 부르고 나서 제가 몇 가지 기도제목을 드릴 테니 함께 기도하셨으면 합니다. 찬송가 374장입니다. 




  1. 우선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면서 기도하겠습니다. 이 땅의 모습은 곧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도 그들 중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우리의 이기심과 자기 중심적인 마음을 회개하며 이 땅의 아픔을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그런 주님을 닮은 마음이 회복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1. 시간 상으로는 생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계십니다. 우리가 결론을 미리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내 자녀고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기도하겠습니다. 


  1. 가족들, 특히 부모들, 안산 단원고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그리고 구조 받은 학생들의 마음을 살펴 달라고, 그들이 정서적이고 정신적인 후유증을 경험하지 않고 빨리 치유되게 해 주소서. 


  1. 편법과 무책임, 나태함이 횡행하는 이 나라를 용서해 주소서. 법과 상식, 원칙이 잘 지켜지는 나라가 되어서 다시는 이런 아프고 슬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