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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4.12.02. 새벽예배 - 세 번 내게 절기를 지킬지니라(출애굽기 87)






본   문 : 출애굽기 23장 14-19절




사람의 마음은 크게 지, 정, 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편의상 이렇게 나눠서 생각하기는 하지만 이 세 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합해서 전인격이라고 부르는데요. 흔히들 신앙은 전인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당한 말입니다. 성경도 신앙을 이야기하면서 “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세 가지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한 가지는 나머지 두 가지와 비교해서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차이도 있지만 대개는 지, 정, 의 세 가지 중에서 ‘지’적인 부분이 신앙에 있어서는 굉장히 홀대를 받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대개  신앙을 이해할 때, 감정을 뜨겁게 하는 은혜를 받은 다음에 그 힘으로 하나님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신앙을 제대로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정’과 ‘의’가 아니라 ‘지’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신앙적인 요구를 할 때, ‘느껴라’, ‘결단하라’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알라’, ‘생각하라’, ‘묵상하라’, ‘기억하라’라는 요구를 훨씬 더 많이 하십니다. 


우리는 이런 말씀들을 통해서 우리의 신앙의 맹점과 왜 우리 믿음이 그렇게 견고하지 않은지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앙이 분명히 삶 전체를 헌신해야 하는 문제라면 우리의 신앙이 그런 신앙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삶을 던져 넣게 만들어 줄 만큼 우리를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데 그것은 직접 감정이나 의지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하신 일들, 그리고 성경의 진리에 대한 앎과 묵상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그런데, 우리 신앙에서 이 지적인 부분이 생략되어 있으니 감정만 식으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거나 혹은 뒷걸음질 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신앙이 정말 든든하고 근거있는 신앙이 되려면 신앙생활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아는 것은 기본이고, 기억하고 묵상하고, 또 경험과 신앙의 진리로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가슴과 손과 발로만 하지 마시고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꼭 머리로 부터 시작하십시오. 그래야 결국 감정도 의지도 단단해 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신 절기들 중에서 대표적인 세가지 절기에 대한 말씀인데요. 하나님께서는 본격적으로 절기에 대한 규정을 주시기 전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매년 세 번 내게 절기를 지킬지니라” 하나님은 그냥 절기를 지키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세 번 지키라고 하시지도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한 해에 세 번 ‘내게’ 절기를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이 절기가 그냥 무언가를 기념하고 또 감사하는 절기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꼭 하나님과 연결지어서 하나님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날이 되도록 지켜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 날이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믿음을 더욱 더 견고하게 해야 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절기는 원칙적으로 ‘기념하는 날’ 그러니까 ‘기억하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기억하고 또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라고, 그래서 그 기억을 다시 흔들리고 희미해져 가는 믿음의 재료로 사용하라고 주시는 날입니다. 우리는 절기는 감사드리는 날로 생각하지만 성경적으로 보면 감사는 오히려 이차적인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날을 통해 믿음을 회복하고 하나님과의 온전한 관계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시초에 기억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공식적으로 이스라엘에게 주신, 한 해 동안 지켜야 할 절기는 세 가지입니다. 무교절, 맥추절 그리고 수장절입니다. 첫번째,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무교절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특히 무교절은 다른 절기들과는 달리 일주일 동안 계속되는데요. 하나님께서는 그 절기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그 달에 네가 애굽에서 나왔음이라” 무교절은 요약하면 출애굽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니까 구원을 기념하는 절기죠. 이 절기가 한 해 동안 지켜야 할 세 개의 절기 중의 하나라는 것, 그리고 다른 절기들과는 달리 일주일간 계속되는 절기라는 것은 이 절기가 굉장히 중요한 절기이며 이 세 절기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절기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출애굽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행하신 불가능한 구원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인 이유이고 또 그들의 정체성입니다. 그러니까 출애굽이 없으면 그들은 이스라엘 백성일 수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분명히 다른 은혜도 잊어서는 안되며 또 기억하며 감사해야 하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출애굽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것 자체가 그들이 이스라엘인 이유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 가장 크고 놀라운 은혜를 그것을 통해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참 이스라엘인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받은 은혜 중에서 가장 크고 이해할 수 없는 은혜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구원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고 죄를 용서받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 성도에게 이것만큼 큰 은혜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구원과 우리가 구원을 받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우리의 구원과 구원의 은혜를 잊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내가 누구이며 이 세상에서 무엇을 지키고 또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잊게 됩니다. 우리의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이스라엘이 스스로가 출애굽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었듯이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구원의 백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두번째 절기는 맥추절입니다. 이 맥추절은 여름추수를 감사하고 기념하는 절기인데요. 그러니까 가을 추수가 시작되기 이전까지의 양식을 거둬들이면서 지키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절기는 수장절입니다. 이 절기는 가을 추수를 마친 후, 그 곡식들을 저장하면서 지키는 절기였습니다. 둘 다 수확을 감사하며 지내는 절기이지만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이 두 번의 추수가 꼭 필요 했습니다. 한 번의 추수만으로는 일 년을 살아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에 이루어지는 보리추수는 그 때부터 시작해서 연말의 수장절이 될 때까지의 양식을 얻는 작은 추수였다면 수장절 추수는 연말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 해 맥추절까지 사용할 양식을 얻는 큰 추수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의 일 년은 이 두 절기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풍성하게 채워져 갔던 것입니다. 이 두 절기는 자신들의 삶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로 채워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깨달게 하고 또, 그렇게 공급해 주시고 책임져 주시는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다시 세우게 하시기 위해서 주신 것입니다. 


성도는 무엇보다도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 중에 가장 크고 놀라운 은혜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며 우리를 위한 공급자가 되어 주십니다. 우리의 인생을 맥추절과 수장절로 채워 주십니다. 그렇게 우리의 구원자가 되어 주실 뿐 아니라 우리 삶을 위한 모든 것이 되어주시는 것입니다. 항상 우리가 무교절의 은혜 뿐만 아니라 맥추절과 수장절의 은혜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잊지 마시고 꼭 기억하시고 그 기억 위에 믿음을 더하셔서 더욱 더 견고하고 풍성한 삶과 신앙으로 나아가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