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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4.12.19. 새벽예배 - 제사장의 옷(출애굽기 98)






본   문 : 출애굽기 28장 1–05절




우리가 입는 옷은 사실 그 재료만 생각하면 정말 별 것 아닙니다. 그저 천에다가 이런 저런 장식을 달아 몸을 가리도록 만든 생활필수품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이 옷에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어떤 옷을 입으면 사람이 그 옷에 맞춰지게 하는 그런 힘입니다. 남자들 사이에 아주 잘 알려진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의사든, 판사든, 변호사든 군복 입으면 멍멍이 된다는 말입니다. 예비군 훈련장에 가보면 이상하게 군복만 입으면 누군든지 군대에 있을 때의 습성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옷은 그 옷을 입은 본인만 바꿔놓는 것이 아닙니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도 바꿔 놓습니다. 그 옷을 통해서 그 사람의 역할도 보게 되고, 또 그 사람의 권위나 위치도 보게 되고, 또 그 옷이 상징하는 대상도 보게 됩니다. 이것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제사장들이 등불의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씀하신 후에 주신 말씀은 제사장의 옷에 대한 말씀이었습니다. 28장 전체 43절에 걸쳐서 그 말씀을 하고 계신데요. 그만큼 하나님께 제사장의 옷이 의미하는 바가 컸다는 뜻일 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그 중에서 대제사장의 옷 전체에 대한 말씀입니다. 먼저 하나님께서는 제사장이 되어야 하는 다섯 사람을 지목하셨습니다. 아론과 아론의 네 아들인 나답, 아비후, 엘르아살과 이다말이었습니다. 제사장은 백성들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호불호를 이야기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어떤 기준이나 혹은 자격에 대한 설명이 없고 그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선택하시고 세우셨습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왜 하나님께서 나같은 사람을 목사로 세우셨을까, 이 세상에 얼마나 더 똑똑하고 더 신실하고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 왜 이런 사람을 목사로 세우셔서 하나님도 고생이시고 나도 고생을 시키실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굉장히 우스운 질문이지만 저 자신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이런 질문을 떠올릴 때마다 하나님께서 빙긋이 웃으시면서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건 내 맘이다.”라고 말입니다. 사실 이것이 진짜 답이고 가장 정확한 답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질문이 또 떠오르고 또 떠오릅니다. 답을 알지만 아마 평생을 두고 두고 그럴 것 같습니다. 아마 아론을 비롯한 제사장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론과 네 사람을 제사장으로 선택하신 하나님께서는 먼저 대제사장인 아론이 입을 옷을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옷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네 형 아론을 위하여 거룩한 옷을 지어 영화롭고 아름답게 할지니…” 하나님께서는 아론이 입게 될 옷을 거룩한 옷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거룩한 옷은 영광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옷은, 특히 제사장의 옷처럼 어떤 특별한 신분이나 일을 하기 위한 제복들은 항상 무언가를 가리키고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이 옷이 거룩한 옷이라는 것은 곧 그 옷 자체가 거룩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 옷이 가리키는 것이 거룩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제사장의 역할은 중보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해서 하나님 앞에 서고, 또 어떤 면에서 하나님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제사장입니다. 마치 예수님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그 옷은 영광스럽고 아름답게 지어져야 했던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분이시듯이 우리들 또한 하나님께서 보실 때, 하나님 앞에서 그런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물론 우리는 아름답지도 못하고 영광스럽지도 못한 존재들입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들은 죄인들이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게 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됩니다. 그래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사람들로 빚어져 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중보자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하나님을 뵙고 있고 또 그 아름답고 영광스러우신 그리스도로 옷 입고 있으니까요. 하찮은 이 세상의 옷 하나도 그 옷을 입은 사람들을 달라지게 만든다면, 우리가 입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광스럽고 아름다운 옷은 충분히 우리를 그 옷에 걸맞는 아름다운 형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묵상하는 중에 그래서 문득 제가 앞에서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목회자로 부르신 것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목회자의 옷을 입혀 주신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저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분명하겠지요. 그것은 바로 그 옷에 걸맞는 사람이 되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는 아론에게 대제사장의 옷을 입혀 주시고 대제사장 다운 사람이 되라고 하셨듯이 저에게는 목사의 옷을 입혀 놓으시고는 목사다운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고 계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의 의사나 혹은 능력이나 자질과는 상관이 없이 그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그래서 목사라는 옷을 입었듯이 우리 모두는 우리의 의지나 우리의 어떠함과 상관 없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 세상 가장 영광스러운 옷으로 옷입은 사람들입니다. 이미 그 분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크고 영광스러운 은혜중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또한 그 옷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옷, 우리가 빛나게 해야 하고 또 우리를 빛나게 하는 그런 옷이 되게 해야 할 거룩한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책임은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입혀주신 그 옷에 우리의 삶과 존재를 맞춰갈 때, 그래서 그 옷이 나에게도 어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우리와 잘 어울리는 그런 옷이 될 때, 그 영광과 아름다운 고스란히 우리의 것이 될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주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옷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절대로 우리 힘으로는 입을 수 없는 영광스러운 옷을 입혀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으로 옷 입혀 주셨습니다. 이 옷이 우리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또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는 귀한 역할을 하도록 헌신하여 더욱 더 거룩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빚어져 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