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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01.16. 새해특별새벽기도회 10. 깊은 데로 가서(특새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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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누가복음 5장 1-11절




이 세상에 바다로 나가서 그물을 던지는 사람 치고 풍어를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풍어와 만선의 꿈은 비록 그것이 항상 이루어지지는 않을 지라도 언제나 어부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계획을 세우고, 꿈을 꾸며 그 계획과 꿈을 이루기 위해서 애쓰고 힘쓰는 것은 어떤 특별한 기간동안이나 혹은 자신의 인생 전체가 좋은 물고기로 가득 찬 그물과 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에 예수님께서는 게네사렛 호수가로 가셨습니다. 온 동네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통에 넓은 바닷가에서 적당한 장소를 찾으시기 위해서 였습니다. 때마침 밤새도록 그 날의 고기잡이를 마친 어부들이 다음날의 고기잡이를 위해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척의 배 중에서 베드로의 배를 빌려서 바닷가에 띠워 놓고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이제 들어가 쉬려고 했던 베드로는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하신 분의 부탁이니, 그리고 전에 자기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신 분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가 없어서 배를 빌려 드렸고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시는 동안 배를 지키고 그 옆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말씀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대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전날 밤 밤새도록 그물을 내렸는데도 이상하게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해결책은 어부인 베드로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간에 깊은 곳에는 절대로 물고기가 노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합니다. “선생님, 우리가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지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번 그대로 해 보겠습니다.” 베드로는 그저 예수님의 말씀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그런 수고를 한 번 더 해 주기로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호수 한 가운데로 나가서 그물을 던지고 아무 기대 없이 그 그물을 끌어 올리던 베드로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볍게 들어올려져야 할 그물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급하게 바닷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자기 친구들을 손짓해서 불러들였고 그 때부터 잡아올린 물고기는 두 척의 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만큼 엄청난 양이었습니다. 그것은 베드로가 물고기가 없어야 할 곳에서 경험한 일생 최고의 만선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특히 좋아하는 말씀이 있으시겠지만 저는 오늘 이 말씀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 말씀은 제 신앙과 사역의 길안내자 역할을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항상 제가 다시 묵상하고,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을 사로잡는 말은 바로 ‘깊은 데’라는 단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하셨고, 베드로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밤새도록 한 마리도 못 잡았던 물고기가 두 척의 배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잡혔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베드로와 동료들이 예수님을 만나고 또 예수님의 제자가 되게 하는 놀라운 기회가 되어 주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깊은 곳’은 사람들의 상식과는 반대되는 방식을 뜻합니다. 그래서 좀처럼 사용하려고 하지 않고 또 기피하는 방법, 그리고 어리석다고 여기는 일과 삶의 방법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갈릴리의 어부들은 해가 중천에 뜬 시간에는 절대로 고기잡이를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깊은데 그물을 내리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습니다. 상식에 어긋나고 효율적이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효과적이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거의가 자기 자신의 경험이나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방식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이 방식을 따라 일하고 또 살아갑니다. 자신의 경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도 그렇고 그것이 가장 무난하고, 가장 안전한 방식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방식들의 문제는 이것이 통할 때는 통하고, 또 빠른 결과를 내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전혀 무용지물이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마치 밤새 똑같은 곳에만 그물을 던졌던 사람들은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이 그저 빈 배를 돌릴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이 베드로에게 그 날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던 이유가 있습니다. 실은 상식과 경험에만 의지해서 얄팍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베드로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상식과 경험이 만들어낸 굳어있는 삶의 방식을 깨뜨려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가 경험상 절대로 그 시간에는 물고기가 있을 수 없다고 확신하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보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비록 깊은 곳은 사람들의 상식과 경험 속에서는 물고기가 있을 수 없는 곳이지만, 그곳은 하나님께서 엄청난 고기떼를 숨겨 놓은 곳입니다. 비록 깊은 곳은 사람들이 굳이 거기까지 가려고 하지 않는 곳이고 또 사람들은 그 곳에 깊게 그물을 내리는 수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 그런 곳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곳에서 깊이 그물을 내리는 사람들만이 만선의 기쁨을 맛보도록 그렇게 준비해 놓으셨습니다. 


오늘날에는 자신의 인생이든 혹은 신앙이든 사람들이 그것을 진지하고 깊이 있게 대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팽배해 있습니다. 재미와 가벼움이 사람들의 화두가 되어 있고, 그런 풍토 속에서 편안하게 해 주고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교회의 미덕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사람 옆에 사람들이 모이듯이 편안하게 해 주고 부담을 주지 않는 교회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도들은 점점 진지하고 묵직한 방식으로 믿음을 키워가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점점 정말로 능력있고 깊은 은혜를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깊이 있게 살며, 깊이 있게 신앙 생활을 하는 것 자체는 미덕이 아닙니다. 가치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또 그렇게 신앙 생활을 해야 비로소 우리는 참되고 온전한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짜를 보고 맛보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도, 우리의 삶도 가볍고 얄팍하게 다가가는 사람에게는 그 참된 모습을 드러낼 만큼 가볍고 얕지 않아서 그 무게와 깊이 만큼이나 묵직하고 진중하게 다가오는 사람들, 기꺼이 깊이 있는 수고를 감당할 사람들에게만 그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참된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오늘 새해 특별 새벽기도회 마지막 날, 여러분에게 어떤 말씀을 전할까 많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말씀들이 생각났지만 올해는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라는 주님이 베드로에게 주셨던 이 귀한 말씀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참으로 가치있는 것들은 모두가 다 깊은 곳에 숨어 있지만, 하나님께서 성도들에게 주시는 은혜와 복락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얕은 곳에는 얕은 은혜와 천박한 복 밖에 없습니다. 적당히 깊은 곳에서는 적당한 은혜와 적당한 복 밖에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깊은 곳으로 가야 합니다. 깊은 곳으로 가서 우리 인생의 그물과 신앙의 그물을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보낸 그물을 건져 올리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가장 깊은 곳에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가장 깊은 은혜와 복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의 문제는 신앙의 피상성에 있습니다. 신앙이 거의 항상 얕은 물 가에서만 이루어지니, 그것이 신앙이 아니라고 까지는 이야기할 수 없을지 몰라도 삶을 새롭게 하고 능력 있게 할 만큼,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할 만큼의 깊은 은혜는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잊으면 안됩니다. 기독교 역사상 다수가 답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가는 것이 참된 길로 가는 길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다 가는 길, 대다수가 걸어가는 그 길에서는 절대로 참되고 진실된 것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그 길은 하나님이 정하신 “깊은 데”가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얕은 곳’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기도제목을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올 한 해 동안 더 깊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시 바랍니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도 신앙에 있어서도 깊은 곳에다 그물을 깊게 내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고 그래서 내 삶도 신앙도 더 참되어 지고, 또 참된 것들로 채워지는 복스러운 한 해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2015년 올 한 해는 깊은 데다 마음을 두고 살며 신앙 생활을 하셔서 하나님께서 깊은 곳에다 준비해 놓으신 참되고 진실된 것들을 풍성하게 누리는 복스런 한 해가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