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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03.20.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민수기 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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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5년 3월 20일 금요일




33장과 34장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처음 애굽을 떠나서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의 과정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그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쳐 온 장소만 나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안에는 그 동안의 이스라엘의 영광과 치욕의 역사, 승리와 패배의 역사, 그리고 순종과 불순종의 역사가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하나님 앞에서 이 모든 여정을 하나 하나 되돌아 보면서 각 장소에서의 자신들의 행위나 혹은 자기 조상들의 행위를 돌아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얼굴에는 한 장소 한 장소, 장소가 옮겨질 때마다 웃음과 탄식, 감동과 회한의 표정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사실 이스라엘의 여행은 이렇게 길 필요도 없었고 또 시간상으로 긴 기간이 될 필요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그 기간 중에서 정확하게 40년이라는 세월은 전혀 필요 없는 시간이었고, 그 기간동안 광야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만들어 낸 흔적들은 그것이 승리였건 패배였건, 순종이었건 불순종이었든 전부 다 생략되어도 좋을 일들이었습니다. 그 40년은 그야 말로 순전히 징계의 기간이었으니까요. 


우리 개인의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는 어쨋든 한 평생을 살게 되어 있습니다. 마치 이스라엘이 어쨋든지 애굽에서 가나안 땅으로 가야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한 평생, 특히 지나온 세월들을 가만히 회고해 보면 우리 개인이 걸어온 여정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머물렀던 여러 장소들과 같이 이런 저런 의미를 지닌 시간과 장소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마 하나 하나 떠 올려 보면 어떤 곳에 이르면 빙긋이 미소가 떠오르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장소에 이르면 얼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할 것이며 또 어떤 곳에서는 가슴이 저미도록 아파 올 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몸으로만 사는 인생만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에는 사람들이 인생여정이라고 부르는 과정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성도로서 살아가는 영적인 여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이 영적인 여정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우리의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바로 이 영적인 여정을 어떻게 걸어가느냐에 달려 있고 그것이야 말로 우리에게 영원한 영향을 미치니까요. 우리는 불완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난 시간 동안의 영적인 여정을 돌아보면서 항상 후회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 삶 속에는 우리를 후회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일들이 끼어들 것이 분명합니다. 이런 일들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후회와 안타까움을 더 줄일 수 있고, 그만큼 그 자리를 기쁨과 감사, 믿음과 승리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영적인 여정은 실은 우리의 실제의 삶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어집니다. 그리고 실제의 삶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어찌 보면 하나님과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법과 그런 환경을 다루는 방법을 모르면 우리의 영적인 여정은 겉으로 보이는 우리의 삶의 모습과는 상관 없이 엉망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33장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주의해야 할 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바로 여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성도들의 영적인 여정과 삶의 모습은 일치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가나안 땅에서의 이스라엘의 삶에 대한 설명은 바로 그것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믿음으로 순종하며 사는 삶은 평강이 넘치는 복된 삶이 되며 믿지 못하고 불순종하는 삶은 평강이 없고 열매가 없는 삶이 됩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영적인 여정이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삶은 더 힘들어 질 때도 있지요. 그렇지만 우리의 영적인 여정의 방향과 우리 영혼의 상태는 완전히 일치합니다. 우리의 영적인 여정의 방향이 제대로 되어 있을 때, 우리 영혼은 정말 든든하고 풍성합니다. 기쁨이 있습니다. 왠만한 시험에는 흔들리지 않으며 커다란 장애물도 쉽게 뛰어 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영적인 여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에는 마음이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기쁨도 없고 푸석푸석합니다. 작은 시험에도 넘어지고 작은 장애물 앞에서도 낙심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잘 되어도 그게 사람을 교만하게 하고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있어야 할 자리를 떠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영적인 여정의 방향을 바로 잡고 살아가는 삶이 될까요? 그것은 33장 50절부터 55절까지 잘 나타나 있는데요. 하나님께서는 거기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면 무엇보다도 약속의 땅에서 원주민들은 모두 몰아내야 하며 거기 있는 모든 우상들을 모두 부숴버려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가 될 것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하려고 하셨던 일을 그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행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을 오늘날 우리의 삶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려면 믿지 않는 사람들과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고, 사찰로 쳐 들어가서 전부다 부수고 불을 질러 버러야 할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와 그 말씀에 들어있는 원리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나안의 원주민들을 모두 몰아내라고 하신 것은 물론 그들이 가나안 땅에 살면서 저지른 실제적인 죄악들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죄악의 근본에 놓여있는 우상숭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우상을 없애도 그 우상을 섬기던 사람들이 여전히 거기 있으면 그 사람들은 또 다시 우상을 숭배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이스라엘 백성들 또한 우상숭배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 하나님의 판단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습성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런 말씀 없이 그냥 내버려 두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분명히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원주민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이고 나중에는 그들이 섬기는 우상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우상숭배자들과 똑같이 다루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완전히 버리지는 않으실지 몰라도 크게 징계를 주실 수 밖에 없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일을 방지하시기 위해서 원주민을 한 사람도 남김 없이 내쫓으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우리와 신앙이 다르거나 혹은 신앙이 없는 사람들과 격리되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실적인 유익을 이유로 그들과 타협해서는 안됩니다. 신앙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그 신앙과 전혀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윤리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살고 있는 우리 삶의 영역 안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영적인 삶은 하나님 안에서 평안하고  능력있는 승리의 삶이 될 수 있습니다. 


34장에 하나님은 그 가나안이 이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졌음을 분명하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성도 여러분 성도는 가나안 땅 자체를 차지하기 위해서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이미 가나안 땅은 하나님께서 주셨고 또 주실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우리 삶이 망쳐지는 이유는 우리가 이 사실을 모르고 자꾸 우리 힘으로 세상과 싸워 가나안 땅을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삶에 자꾸 세상을 닮은 방식이 들어올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우리의 영적인 여정을 망가뜨리고 우리 삶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땅, 그러니까 복된 삶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어떻게 하면 순종하면서 거룩하고 아름답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다른 싸움이 아니라 그 싸움을 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원하는 땅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 땅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삶을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님 말씀대로 나중에 내가 허용한 세상의 방식이 내 삶과 옆구리를 찌르는 굵은 가시 노릇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는 눈에 보이는 우리 삶의 겉모습이 아니라 하나님과 함께 걷는 영적인 여정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것이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의 모든 부분 부분의 진짜 모습과 능력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휘둘리지 마시고,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가라고 하시는 길을 하나님과 함께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약속의 땅은 정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풍성한 땅이 될 것이고, 옆구리를 찌르는 가시 하나 없는 평강의 땅이 될 것입니다. 


항상 이러한 삶에 믿음과 소망을 두시고 주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온전히 여행하는 영적인 순례자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