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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08.03.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열왕기상 12-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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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5년 8월 3일 월요일





솔로몬은 참 복된 왕이었습니다. 하나님께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나라를 잘 다스릴 지혜를 구했다가 지혜와 더불어 부귀와 영화를 덤으로 얻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강성하고 복된 시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솔로몬은 하나님을 위해서 성전까지 지어 봉헌한 사람이었고, 또 그 성전을 향한 하나님의 복된 약속까지 받아낸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왕으로서 이 사람보다 더 복되고 훌륭한 사람은 없었지요. 그런데, 결국 그는 자신의 성공을 감당하지 못했고 영적이고 도덕적인 타락에 빠져 버리고 맙니다. 그게 너무 심각해서 하나님께서 그것에 대해서 진노하셨고 결국 그에게서 나라를 빼앗아 신하에게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인 12장과 13장은 그것이 드디어 현실이 되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직접 그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이 다름 아니라 솔로몬의 뒤를 이어서 이스라엘의 왕이 된 르호보암이었습니다. 르호보암은 참 경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솔로몬 밑에서 여러가지 노역으로 고생한 백성들이 그 짐을 감해 줄 것을 간청하자 아버지를 모시던 노련한 대신들과 미숙한 자신의 친구들 중에서 자기를 부추기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백성들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하였는데, 그게 화근이 되어서 나라가 절반으로 쪼개지고 겨우 자기 지파인 유다지파와 더불이 나라의 명맥을 유지하는 어려움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성경은 이 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왕이 이같이 백성의 말을 듣지 아니하였으니 이 일은 여호와께로 말미암아 난 것이라 여호와께서 전에 실로 사람 아히야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에게 하신 말씀을 이루게 하심이더라” 성경은 일이 그렇게 된 것이 모두 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로 하나님께서 직접 그 일을 행하시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그렇게 되는 것은 대개 좋지 않은 일이 이루어 지는 경우인데,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주었던 모든 방패와 도우심을 거둬 들이셔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게 하시는 경우입니다. 


물론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 때에 하나님께서 나라를 빼앗아 솔로몬의 신하였던 여로보암에게 주는 것은 하나님의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솔로몬의 아들 르호보암의 경솔한 행동 때문이었습니다.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비위나 맞춰주는 측근들의 이야기에 우쭐해서 부화뇌동했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철저히 르호보암의 책임입니다. 그가 내린 정치적인 결정의 열매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르호보암은 이런 일을 하는 당사자가 된 것일까요?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 주셔서 바르고 지혜로운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주시는 일을 멈추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이런 도움들을 일컬어서 성령님의 일반적인 은혜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죄인입니다. 이 말의 뜻은 여전히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기는 하지만 그 모든 기능들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는 뜻입니다. 여전히 지혜가 있지만 그 지혜가 온전치 못하고, 마음이 있으나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생각이 있으나 그 생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런 상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이 평안하게 유지되고 또 흘러가는 것은 바로 성령님께서 이 세상을 붙들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지켜 주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성령님을 통해서 그렇게 붙들어 주시는 손길을 잠시라도 거둬가 버리시면 이 세상에는 우리가 비상식적이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그야 말로 뒤죽박죽이 되는 것입니다. 르호보암이 그렇게 경솔한 결정을 내린 것은 하나님이 잠시 동안이라도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붙들어 주지 않으시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붙들어 주시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님께서 그런 어긋난 판단과 결정들이 만들어 내는 잘못된 일들이 세상을 망가뜨리는 것을 막아주지 않으시면 이 세상은 금새 무너져 내리고 말 것입니다. 


이것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래도 순적하게 흘러가고 또 평안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과 생각을 붙들어 주고 계시기 때문이고, 또 때로 우리가 내리는 잘못된 판단이나 실수들이 우리 삶을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막아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마치 바다의 경계를 정하시고 바다가 항상 그 경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하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살펴 보면서 매번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도처에 심각한 문제를 품고 있으면서도 이 나라가 여전히 서 있는 것은 그래도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붙들어 주시는 손길을 거둬 들어지 않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문제들이 있는 것을 불평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그런 안타까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가 서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의 기도는 항상 이 두 가지 모두를 아울러야 할 것입니다. 안타까운 모습을 두고는 가슴을 쳐가면서 기도해야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켜 주시는 주님의 은혜가 더욱 더 눈물나도록 감사하니까요. 


우리 모두가 이제는 이렇게 우리를 붙들어 주시고 보호해 주시는 평범해 보이는 하나님의 은혜를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성숙한 눈을 가진 성도들이 되어서, 평범한 삶 가운데 깃든 하나님의 손길을 누리며 사는 속깊은 삶을 살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