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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10.14.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에스더 1-3장)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또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그것을 다 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불안함이 없어질 것이고 또 어렵고 힘든 일이 있더라도 거기에 알맞는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그렇지만 사실 이런 생각은  자신과 이 세상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만약 살아생전에 내 힘으로 도저히 견디어 낼 수 없는 어려움이 있거나 혹은 이 세상의 결정적인 위기가 있을 것을 안다고 한다면 알기 때문에 더 불안할 것이고 그 어떤 준비를 한다고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나의 미래와 이 세상의 앞날이 밝고 평탄하다면 굳이 앞날의 일을 알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두려워 해야 할 이유도 그것을 위해서 특별한 준비를 해야 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사실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너무 미리 알고 있다면 나중에 기대치 못했던 선물을 받는 것 같은 기쁨이 없을 테니 차라리 모르고 열심히 살아가다가 좋은 일을 만나는 것이 훨씬 더 좋을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해도 인간의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겠지만 이치만 본다면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굳이 알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들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가르쳐 주시지 않는 경우에 사람이 나서서 미래를 알려고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성경은 엄밀하게 말해서 미래를 하나님께 속한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더서는 에스더라는 한 여인을 통해서 아무런 소망이 없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전멸의 위기에서 건짐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에스더서라는 책의 제목이 어울리는 이야기이지요. 그렇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실 하나님이십니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에스더를 통해 이스라엘을 보호하시고 건지셨고 또 그들을 높이셨던 하나님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십니다. 아니 어찌보면 하나님은 이 무대의 보이지 않는 연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대 위의 배우들은 그것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에스더와 그의 사촌 오빠인 모르드개만 어렴풋하게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도저히 거기서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계신다고 여겨지지 않을 그런 무대 위에서 하나님의 뜻을 완벽하게 이루어 가셨습니다. 전혀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없는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이방의 왕 아하수에로, 그 왕을 이용해서 자기 민족의 복수를 하려고 하는 간신같은 세도가인 하만이 그 당시의 전권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은 하만의 계략에 의해서 거의 돌이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놓여있습니다. 에스더의 이야기는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정말 소설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처음 시작이 바로 나라 이름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한 나라의 왕이 자기의 부와 권세, 그리고 있지도 않은 관대함을 과시하려고 벌인 술판이야기입니다. 아하수에로가 왕이 된지 삼년째 되던 해, 그는 대규모의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잔치는 자그만치 180일, 그러니까 반 년동안이나 계속되었습니다. 각지의 유력자들을 궁으로 불러 모아서 호화판 술잔치를 벌인 것입니다. 아하수에로는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자기 아내인 와스디를 화려하게 등장시키는 일을 이 잔치의 백미로 연출하려고 했습니다. 와스디가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러면 자기 자랑도 되고 참석한 사람들에게 뛰어난 미인을 보는 즐거움도 안겨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와스디도 술이 취해서 그랬는지 어떤지 그러한 왕의 명을 거역했습니다. 자신의 측근 일곱 명을 다 보내서 오라고 했는데도 꿈쩍하지 않은 것입니다. 왕은 화가 날대로 화가 났습니다.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고서 잔치를 모두 마쳤지만 아하수에로는 뒤끝이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리 삭히려고 해도 분이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주위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참모 아닌 참모에게 일의 처리를 구했고, 이유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들먹이면서 와스디를 폐위시켜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했습니다. 그 과정은 정말 한 편의 재미없는 코메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대국의 왕이라는 자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가, 저것 밖에 안되는가 하는 답답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1장의 이야기인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에스더서 1장이고 또 에스더서의 배경입니다. 에스더서는 바로 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로 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에스더서의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면 도대체 이렇게 의미없고 가치없는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사건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결말지어질 지 전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 하나님의 백성이 멸절될 위기를 맞이했다가 극적으로 건짐을 받는 은혜롭고 놀라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우리의 인생은 어떤 이들이 일어날 당시에는 도저히 그 의미를 알 수 없고, 또 때로는 전혀 가치없고 의미없다고 여겨지는, 그리고 우리와는 전혀 상관 없다고 여겨지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이고 또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져 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일들이 모두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는 일들이고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자리이며,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실 때, 충분히 사용하실 수 있는 재료가 되는 일들입니다. 아마도 되돌아 보면 우리가 의미 없고 가치 없다고, 전혀 필요 없었다고 생각했던 그런 일들이야 말로 오늘 내가 있게 하고, 또 내 삶을 있게 한 요긴한 역할을 한 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모두가 다 하나님께서 직접 하시는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일들 중에서는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일어나는 중립적인 일들도 있고 또한 사탄의 사주 아래서 일어나는 악한 일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모든 일들이 일어날 줄을 미리 다 알고 계시고, 하나님의 크신 지혜와 능력으로 그 모든 일들이 결국에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도구가 되게 하십니다. 우리가 항상 믿고 의지해야 할 사실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 세상 그 어떤 일들, 내 삶에 일어나는 그 어떤 일들도 하나님이 통제하시고 사용하실 수 없는 일은 전혀 없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악한 상황이 벌어져도 내 삶이 전혀 의미없고 가치없는 일들로만 채워져 가는 것 같아도 말입니다. 


오늘도 내 삶의 모든 순간 순간,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는 놀라운 도구가 됨을 믿으면서 확신과 평안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선한 것을 추구해 가는 우리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