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12.25.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누가복음 10장)


20151225D (#1).mp3.zip





설교일 : 2015년 12월 25일 금요일




성탄절 새벽입니다만 우리는 계속해서 예수님께서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서 여행하겠습니다. 이 여행은 베들레헴의 작은 헛간 구유에서 시작되어 예루살렘성 밖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에서 끝나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여행은 막바지를 향해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오늘 누가복음 10장에서 예수님께서는 드디어 그 동안 함께 다니던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지니신 권능을 나눠주시고 그 입술에 예수님께서 전하셨던 복음을 담아 주시고는 둘씩 나눠서 마을들로 보내셨습니다. 제자들은 그렇게 마을들에 다녀와서는 너무 너무 기뻐하면서 자기들이 행한 일들을 보고했습니다. 주님의 이름이면 귀신들도 자기들에게 항복했다고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나도 보았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그러나 귀신들이 너희에게 항복하는 것으로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으로 기뻐하라.” 이것은 제자들을 사랑하셔서 그들에게 주의할 것을 말씀해 주신 것인데요. 이것은 우리들 또한 마음에 잘 새겨놓아야 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식, 경험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운 일, 가장 자랑스러운 일, 가장 큰 기적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요즘 제가 한 해 동안의 저의 삶을 되돌아보다가 이 한 해 동안 제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많이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 한 해가 때로 이리 저리 요동하는 한 해가 되고 또 버거운 한 해가 되었던 것은 바로 그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는 사실, 그 사실이 주는 확신과 든든함, 그리고 소망이었습니다. 목회라는 일에 빠져서 주님이 나에게 주신 가장 놀랍고 은혜로운 선물을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기본적인 것을 다시 세우는 한 해가 되게 해야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가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이고 그 나라를 약속받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이 은혜를 잃어버리면 안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사람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시면서까지 우리에게 주시려고 하셨던 복 중의 복, 은혜 중의 은혜이니까요. 이것을 잊고 또 잃어버릴 때, 우리는 무엇을 해도 우리 영혼은 기쁘지 않습니다. 


예수님을 시험하겠다고 나선 율법선생은 어쩌면 그 은혜를 완전히 잃어버린 사람의 대표주자격이 되는 그런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도 하나님의 말씀에 능통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풍성한 은혜 안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하나님의 은혜라고는 없었습니다. 그저 자기가 의롭고 바르다는 생각에서만 만족과 기쁨을 찾는 그런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율법선생이나 되는 그 사람이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야를 눈 앞에 놓고도 그 분을 알아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분을 시험하려 드는 오만불손한 죄를 저지른 것이지요.


얼마나 안타까운 모습입니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도 얼마든지 이런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뭔가 똑똑한 것 같지만, 대단한 것 같지만 마음은 매마를대로 매말라 있고 영혼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그런 사람, 가장 크고 중요한 은혜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성도가 영적으로 이런 상태가 되는 이유가 그가 가장 기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은혜인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는 은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라면 우리는 이 은혜를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 주님께서는 이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21절 이하에 나오는 예수님의 감사기도 속에 그 답이 들어있는데요. 거기서 주님이 기뻐하시며 감사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지혜롭고 슬기로운 자들에게는 숨겨지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밝히 드러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슬기롭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되는 은혜,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은혜 안에 머물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른과 어린아이의 차이점 중의 하나는 어린아이는 그렇지 않은데 어른은 자꾸 자신에게 무언가를 덧붙이려 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덧붙이는 것들을 자기 자랑과 능력의 증거로 내세운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앙 안에서도 똑같습니다. 어린아이같은 성도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만족합니다. 더 필요한 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스스로를 옳다고 내세우고 싶어하고 또 자랑하고 싶어하는 어른같은 성도들은 은혜로만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 은혜에 무언가를 자꾸 덧붙이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 자랑, 자기 확신은 얻습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런 것들 때문에 은혜의 은혜됨을 잃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참된 것을 놓치게 된다는 것입니다. 율법선생처럼 말이지요. 


오늘은 성탄절입니다. 예수님 오신 밤, 헛간에 놓여있던 그 꾸밈없이 비어있던 그 구유처럼 오늘 우리도 우리 자신을 그 구유처럼 비워놓는 것은 어떨까요? 꼭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어른인 연 하지 말고 어린아이가 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순수하고 단순한 그릇 안에 주님 주시는 성탄의 은혜를 듬뿍 담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