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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6.01.12.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이사야 62-6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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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6년 1월 12일 화요일




저는 우리의 신앙이 하나님을 믿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철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그 믿음으로 사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 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일방적인 관계에 머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와 하나님 사이의 인격적인 관계에 그 핵심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신앙이 거기까지 이르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 신앙에 철이 들 때 비로소 우리의 신앙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 즉 인격적인 관계가 되니까요. 이것은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아이가 철이 들지 않았을 때, 부모와 아이 사이의 관계는 부모에게서 아이에게로 흐르는 일방적인 흐름이 됩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철이 들 때 그 관계는 비로소 쌍방통행이 되고 비로소 관계다운 관계가 됩니다. 그렇다면 언제 아이는 부모와 자신과의 관계에서 철이 들까요? 그것은 아이가 자신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하고 또 그 마음에 마음으로 반응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신앙적으로 철이 드는 일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성도가 신앙적으로 철이 드는 것은 그가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기 시작하고 하나님의 마음에 마음으로 반응하기 시작할 때부터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이전에도 신앙이 신앙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그 이전에는 아무래도 진정한 마음이 담긴 성숙한 신앙이 되기에는 모자라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신앙이 이렇게 철이 들지 않은 상태로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신앙에 이런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 것입니다. 그게 신앙에 문제가 생기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의 신앙은 철이 든 신앙이 되어야 하고 점점 더 철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설교를 이렇게 철드는 이야기로 시작한 이유는 오늘 본문을 묵상하다가 그 안에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을 만났고, 그 말씀에 한 동안 붙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살펴 보았듯이 우리 하나님은 정말 은혜와 긍휼이 풍성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렇게 하나님을 무시하고 하나님께 불순종하며, 하나님과의 언약을 가볍게 깨뜨려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징계를 내리시고서 끝내시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들을 회복시키십니다. 그런데, 그냥 회복시켜 주시는 것이 아니라, 징계를 받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높고 영광스러운 자리로 올려 주십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그들은 징계를 받기 이전에는 그저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의 백성들의 명맥만 유지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다시 회복시켜주실 때, 그들은 하나님의 영광이 그 위에 머무러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되고 그 영광을 어두운 세상을 향해 비치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그럴만한 거룩함과 자격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그렇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못난 하나님의 성도들을 향해 베푸시는 은혜이고 긍휼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이런 은혜와 자비를 마음 깊이 안다면 우리는 그 분과의 관계 안에서 철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제 마음을 한동안 붙들어 두었던 말씀은 바로 6절의 말씀이었습니다. 6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루살렘이여 내가 너의 성벽 위에 파수꾼을 세우고 그들로 하여금 주야로 계속 잠잠하지 않게 하였느니라 너희 여호와로 기억하시게 하는 자들아 너희는 쉬지 말며…” 이 구절에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어떻게 부르고 계시죠? “너희 여호와로 기억하시게 하는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시도록 만드는 그런 존재입니다. 하나님께 우리는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자들입니다. 참 놀랍지 않습니까? 너무 황송하고 죄송스럽지 않습니까? 실은 우리가 그래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억할 수 밖에 없고 우리가 하나님을 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께 의지해서 살아가는 피조물들이니까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우리는 하나님을 자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꾸 잊어버립니다. 사실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 까지도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과 같이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우리를 기억하실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잊지 못하십니다. 우리를 잊을 수 없는 존재로 삼아 주십니다. 우리가 온전하신 우리 하나님, 은혜가 다함이 없으신 우리 하나님을 기뻐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부족한 우리들, 너무도 쉽게 하나님을 잊고 믿음을 저버리는 우리들을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우리를 이렇게 생각하시고 또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진실로 헤아릴 줄 안다면, 반면에 그 분 앞에서 우리 자신의 허물많은 모습을 볼 줄 안다면 우리는 이런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드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그 마음에 합당한 그런 마음으로 하나님을 대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그렇게 여전히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철든 신앙을 지닌 사람들로 변해 갈 것입니다. 


 우리는 전혀 하나님께 귀하게 여길만한 그런 존재들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한 없이 귀하게 여겨 주시며, 또 그렇게 귀하게 대해 주십니다. 하나님의 마음에 흡족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 분을 기쁘시게 해 드릴만한 일을 한 것이 전혀 없어도 하나님은 우리를 언제나 기억하시고 또 우리를 기뻐하십니다. 마치 왕의 손에 들린 왕관처럼, 신랑의 눈에 보이는 신부처럼 그렇게 기뻐하십니다. 


항상 이렇게 풍성하고 이렇게 감당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고 또 묵상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 내가, 이렇게 부족하기만한 내가 얼마나 가치있는 존재이며,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생각하며 사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그 은혜와 사랑 속에서 우리들 모두가 한 걸음 한 걸음 하나님 마음 속에 그려져 있는 그런 철든 신앙인들, 그렇게 아름다운 믿음의 사람들로 빚어져 가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