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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6.08.26.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요한복음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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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6년 8월 26일 금요일



 

물로 포도주를 만든 사건은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행하신 기적이었습니다. 오늘 함께 읽은 2장과 3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만 오늘은 이 이야기만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과 함께 가까운 친적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유대에서 결혼식은 일주일씩 계속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래서 그 동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곤 합니다. 특히 잔치 중간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은 다른 어떤 일보다도 큰 일이었습니다. 그 당시 포도주란 잔치의 즐거움과 풍성함을 상징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안동의 문어나 전라도의 홍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이 예수님이 초대되었던 친척집에서 벌어진 겁니다. 아직 잔치가 며칠 더 남았는데 큰 일이 난 거죠. 갑자기 어디가서 그 많은 손님들이 마실 포도주를 사가지고 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우리 주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고 오히려 문제가 없었을 때보다 더 바람직한 상황으로 만들어 가시는 장면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결할 길 없는 문제는 우리 주님이 개입하셔야 합니다. 그게 정답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오늘 말씀 속에서 거기 예수님이 계셨고, 예수님이 그 문제를 해결하셨지만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도 무언가를 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마리아는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알고는 곧바로 그 사실을 예수님께 알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직 예수님의 때,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일하실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그 일과 나는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냉정하게 말씀하실 수 있는가 싶지만, 정작 마리아는 전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 집 하인들을 불러놓고 저기 내 아들이 있는데, 너희는 저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지 그저 아무 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참 놀라운 반응이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말을 들으신 예수님이 움직이셨다는 것이고, 그래서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예수님은 말씀하시는 분이시고 우리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예수님의 말씀 그 자체의 의미를 헤아리는 일보다는 그런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과 생각을 헤아리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거기에 예수님께서 진짜로 하시고 싶어하시는 말씀이 숨겨져 있으니까요.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였습니다. 예수님을 낳았고 길러온 사람입니다. 어머니보다 아들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그 속 뜻을 헤아려 그 속 뜻에 따라 반응했던 것입니다. 신앙은 관계입니다. 관계는 인격적인 앎, 그러니까 누군가의 마음과 생각을 아는 깊은 지식 위에 세워지는 것이구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신앙다운 신앙을 가지려면 우리는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하나님께서 정말로 원하시는 반응을 내놓을 수 있으니까요. 


둘째, 그 집 하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대로 손씻고 발씻을 물을 퍼다 놓은 항아리에서 그 물을 떠다가 연회장에게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참 무모했습니다. 우리가 하인이라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그러나 아무튼 그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거꾸로 난리가 났습니다. 연회장이 신랑을 불러다 놓고 칭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잔치에 가면 항상 처음에는 좋은 포도주를 내놓다가 나중에 술에 취하면 적당히 좋지 않은 포도주를 내놓는데 여기서는 거꾸로 했다고 말이지요. 신랑은 어리둥절했겠지만 하인들은 그 모든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좋은 포도주는 바로 물이 변해서 되어진 포도주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무튼 그 잔치는 그 포도주 덕분에 이전보다 더 풍성하고 기쁨으로 충만해졌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주님이 일하시는 방식입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해결하지 못할 문제입니다. 문제 자체는 정말 난감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 상황에 예수님이 개입하십니다. 개입하셔서 해결하십니다. 물론 그렇게 하실 때, 예수님 혼자서 그렇게 하실 때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사람들의 역할 또한 중요합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 냈을 때, 주님은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십니다. 이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곤경이 끝이 나면 오히려 그런 일이 없었을 때보다 상황이 좋아집니다. 


이 때, 하인들처럼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비밀스러운 기쁨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들은 그 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어졌고 그래서 그렇게 아름답고 놀라운 결과로 끝나게 되었는지 그 모든 것을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물이 그렇게 좋은 포도주로 변화되었다는 것, 예수님께서 그 일을 하셨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와 하인들이 자칫하면 혼인의 기쁨과 풍성함을 잃어버릴 뻔 했던 그 날의 잔치를 더 큰 기쁨으로 채웠던 것처럼, 기쁨이 부족하고 풍성함을 모르는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기쁨과 풍성함을 맛보게 해 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예수님의 마음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때로는 힘들고 이해할 수 없어도 예수님의 뜻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을 때,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하나님의 역사가 이어지고 그래서 이 세상도 하늘 포도주가 주는 기쁨으로 채워져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마리아와 그 하인들을 닮은 삶을 살아갈 때, 그 곳에는 하나님 나라의 기쁨이 넘칠 것이며, 우리 신랑되신 예수님이 칭찬을 받는 아름다운 일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 주님의 진짜 마음을 헤아리며 그 뜻에 순종하며 살아서 비밀스런 하인들의 기쁨에 동참하는 하루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