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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3.11.19. 새벽예배 - 나는 아브라함의 종이니이다(창세기 83)


창2428to49 - 나는 아브라함의 종이니이다(창84)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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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 창세기 24장 28-49절



제가 올해로 목사가 된지 14년째인데요. 처음에 목회자가 되어 목회자의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습니다. 굉장히 오랫동안 지혜나 일처리 능력, 카리스마나 혹은 은사같은 것들을 목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로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그런 것들 때문에 실수를 하게 될 때, 하나님의 종으로서 이래도 되나, 이렇게 해도 괜챦은가 하는 고민과 좌절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목회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잘 하는 것도,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것도 심지어는 능력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종의 자리를 지킴으로써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과 영광을 제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저에게 맡기신 일을 잘 하기도 해야하겠지만 깨닫고 보니 잘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은 제가 무엇을 하든지 그것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하나님께 순종하면서 하나님의 성품과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었고, 그것이 일을 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일은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저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하신다는 것을 너무도 명확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저는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잘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또 이 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은 저에게 목표가 아니라 유혹입니다. 저는 이런 욕망들과 계속해서 싸워서 이겨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만큼 목회는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인간의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과거의 경험이 그랬으니까요. 아브라함의 종의 이야기를 읽고 묵상하는데 갑자기 아브라함의 종과 하나님의 종인 저 자신이 겹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문득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저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과 낙타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서 그에게서 자초지종을 전해 듣고 손에 있는 값비싼 팔찌를 본 리브가의 오빠 라반은 우물가로 달려 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브라함의 종을 ‘하나님의 복을 받은 자’라고 존대하면서 집으로 영접해 들였습니다. 그러나 자기 앞에 잘 차려져 있는 식탁을 바라보면서 아브라함의 종은 라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드려야 할 말씀을 드리기 전에는 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비록 라반이 자신을 ‘하나님의 복을 받은 자’라고 부르면서 존대하며 융숭하게 대접하였지만 그 순간에도 아브라함의 종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잊지 않았고 그 일을 우선에 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가 자신을 높여주면 자기 자신이 높임을 받는 것인지 혹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사람 때문에 높임을 받는 것인지가 헤깔려서 교만해지고 경망스러워질 때가 많은데 아브라함의 종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종이었지만 끝까지 자신의 품위를 지켰습니다. 그것은 그가 자기 자리를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겸손한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겸손한 자리에 있을 때 자신의 품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피조물들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의 겸손한 자리를 지킬 때, 가장 품위 있는 모습을 지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항상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을 하나 배우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어느 자리에 있든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든지 내가 하나님을 섬기는 자리에 있는 사람임을 잊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그 자리를 지키며 겸손과 품위를 한꺼번에 챙길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아브라함의 종이니이다” 종이라는 것은 자랑스러운 자리가 아닙니다. 될 수 있으면 자기 입으로 말하기 싫은 신분입니다. 게다가 지금 한창 라반이 자신을 높여주고 있는데, 그리고 라반도 그가 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굳이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브라함의 종은 자신의 신분을 스스로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런 뜻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그러니까 자신에게 이런 대접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서 두번째로 자신은 자기가 있어야 할 제 자리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계속해서 겸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비결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계속해서 다른 이들 앞에서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것 말입니다. 특히 높아지기 쉬울 때, 남들이 자꾸 나를 높이려고 할 때, 그런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그럴 때, 그 사람들도 지키고 나도 지킬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자신을 높여준다고 해서 청지기가 왕이라도 된 듯이, 공주라도 된 듯이 행동한다면 그것은 자신을 망치고 주위 사람들까지도 망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종은 자신을 꼭대기까지 높여주려고 하는 라반 앞에서 자신은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먼저 해야만 한다는 것과 자신은 그저 아브라함의 종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 지금까지 일이 진행되어져 왔던 전 과정을 그대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설명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종의 이야기 속에는 몇 가지가 강조되어 있습니다. 첫째 아브라함은 하나님으로부터 굉장한 복을 받았다는 것, 둘째 아브라함은 나이가 많지만 이삭은 아직 굉장히 젊다는 것, 자신이 나홀성까지 온 것은 순전히 아브라함의 믿음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일이 진행되어져 온 모든 것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바르게 인도해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종은 라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당신들의 인자함과 진실함으로 내 주인을 대접하려거든 내게 알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내게 알게 해 주셔서 내가 우로든지 좌로든지 행하게 하소서” 얼마나 지혜로운지 모릅니다. 라반과 브두엘이 이 결혼을 거절할 이유가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느 것 하나 거짓이 없습니다. 진실 중에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내용들을 골라서 라반에게 들려줍니다. 인간적인 조건 뿐만이 아니라 이 결혼은 하나님께서도 섭리하신 일이라고 까지 말합니다. 그리고 나서 마지막으로 최종선택은 겸손하게 라반과 가족들에게 맡깁니다. 그 표현은 아주 분명하고 결코 비굴하지 않습니다. 


종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할 때, 우리가 우리의 지혜를 사용해야할 시점과 사용할 수 있는 지혜, 그리고 그 지혜의 마땅한 모습까지도 가르려 줍니다. 먼저 우리는 지혜를 너무 성급하게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끝까지 하나님의 뜻을 기다려 본 후, 하나님의 뜻을 확인한 후에 그 범위 안에서만 지혜를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로 그 지혜는 절대로 부정직한 것이나 조작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정직한 것, 사실에 입각한 것만 담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지혜는 결코 교만하거나 혹은 비굴한 모양이어서는 안됩니다. 항상 사람을 대할 때는 정중함을 배려를 잃지 말아야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굴한 모양이어서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섬기는 분이 하나님이시고, 우리가 이루어야 할 것은 바로 그 분의 뜻이며 그래서 우리의 모습은 곧 하나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부정직하고 비굴하면 일은 이루어질지 몰라도 그 일을 우리에게 맡기신 하나님의 영광은 땅에 떨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백서이며 또 하나님의 종들입니다. 모양은 달라도 그 점에 있어서는 모두가 다 똑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브라함의 종이 우리에게 보여준 여러가지 모습은 하나님을 섬겨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아주 값진 귀감이 됩니다. 내가 누구이며, 나에게 맡겨진 일이 무슨 일인지 잊지 않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항상 우리가 머물러 있어야 할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하나님의 종이고 백성으로서 겸손하면서도 결코 비굴하지 않으며 정직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하나님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인 우리가 잊지 말고 붙들어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특히 우리는 지혜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우리의 능력과 잔머리를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지혜는 항상 하나님의 뜻과 일치하는 범위 안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합니다. 


항상 제 자리에 머물러서 종다운 품위와 겸손함 가운데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