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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4.02.12. 새벽예배 -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창세기 115)



창3401to17 - 디나가 그 땅의 딸들을 보러 나갔더니(창115).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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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 창세기 34장 1-17절




가끔씩 바닷가에 가면 문득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바다 자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러다가 마음 속에 감동이 생겨나서 그 자리에서 잠시 기도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바다는 참 위대합니다. 자연과 인간이 내버린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도 바다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신에게로 떠밀려 오는 것들을 묵묵히 받아들여서 그 모든 것들을 정화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것들 때문에 호들갑을 떨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 바다를 생각하면서 나도 바다와 같은 존재가 되고 또 바다를 닮은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그 사람 때문에 더럽혀지고 타락하기 보다는 그 사람들을 더 정결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들고 또 정화시키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성경은 거룩한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왠지 성경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그 책에 담겨진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우리가 이해하는 그런 의미에서 거룩한 이야기들만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성경을 읽다가 보면 성경이 결코 그런 책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발견하게 됩니다. 첫번째 책인 창세기만 보더라도 처음 두 장을 지나면 바로 인간이 타락하기 시작하고 그 악하고 더러운 모습은 갈수록 진해져 가기만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같은 본문을 만나면 성경을 처음 읽는 사람들은 왜 이런 이야기가 이렇게 가감 없이 기록되어 있는지, 당황스러워 지기 시작합니다. 이야기 자체도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기록한 말들까지도 입에 담기 거북한 그런 말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성경에 이런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에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로 거룩한 책이라면 거룩한 말씀과 거룩한 이야기들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성경의 거룩함을 잘못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잘못된 판단입니다. 성경의 거룩함은 깨질까봐 애지중지 해야 하는 얄팍한 유리잔 같은 그런 거룩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경의 거룩함은 그 반대입니다.성경의 거룩함은 바다와 같은 거룩함입니다. 거기 담겨있는 거룩하지 못한 이야기들 때문에 거룩함이 더럽혀 지는 그런 거룩함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진 모든 더러운 인간사들에도 불구하고 더럽혀지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거룩한 그런 거룩함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가감되지 않은 거룩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을 거룩하게 변화시키고 또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경은 바다와도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의 디나 이야기는 엄청난 인간의 죄악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그에 대해서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피해가거나 미화하거나 가감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대로 이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역사는 그 무엇도 더럽히거나 좌절시킬 수 없이 계속해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오히려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흘러가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에 이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이것이 바로 제가 성경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굉장히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커다란 위로와 확신을 얻게 됩니다. 때로 우리를 완전히 좌절시키는 우리 자신의 죄악이나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게 하는 그 어떤 죄악들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그 바다와 같은 거룩함 속에서 정결케 될 것이며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결국 성취될 것을 믿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자신의 악함이나 세상을 채우는 악을 무감각하게 혹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되겠지만 적어도 그런 것들이 우리를 구속하고 거룩하게 하시며 이 세상의 역사를 결국 가장 거룩한 역사로 만드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좌절시킬 수 없다는 것만큼은 확신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이 확신이 없다면 우리도 무기력해지고 또 세상의 조류에 휩쓸려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때로 죄 앞에서의 여러분 자신의 무기력함이나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죄악들 때문에 힘이 빠지고 실망하게 될 때, 성경을 채우고 있는 정말 읽기도 거북한 이야기들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믿음의 사람들을 세우시며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이루어 가셨던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전능하심을 생각하시면서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다시 믿음을 회복하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더 거룩한 길을 향해 발길을 내딛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야곱은 형 에서를 피해서 세일에서 멀리 떨어진 가나안 땅의 경계지역에 자신의 거주지를 마련했습니다. 그 땅은 아시다시피 오늘 본문에서 정말 못된 짓을 저지른 그 장본인이 야곱에게 팔았던 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야곱은 자신이 피난처로 선택했던 곳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악한 일을 당했던 것입니다. 하나 밖에 없는 고명 딸 디나… 이 딸이 야곱에게 얼마나 귀하고 예쁜 딸이었겠습니까? 그런데 이 딸이 잠시 마실을 나갔다가 하몰의 아들 세겜에게 겁탈을 당하고 만 것입니다. 야곱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비록 하나 밖에 없는 딸이 그런 일을 당했지만 야곱은 이제 더 이상 마음 놓고 갈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야곱은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이 이야기를 아들들에게 숨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좋지 못한 소식은 이내 들에서 짐승들을 돌보고 있었던 야곱의 아들들에게 알려졌고 야곱의 아들들은 노발대발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세겜이 그저 욕정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라 디나에게 반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었기 때문에 하몰은 야곱에게 와서 디나를 며느리로 달라고 간청하였습니다. 디나만 며느리로 주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주겠다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 제안을 들은 야곱의 아들들은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들과 사돈을 맺는 것은 자신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정 그렇게 하려면 남자들은 모두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디나의 복수를 하려는 계략이 숨겨져 있는 거짓말이었습니다.


야곱은 스스로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이건 여기에 놓고 저건 저기에 놓으면 내 인생 완벽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 하나 하나를 다 실행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참의 세월이 흘러서 이제 야곱은 숙곳에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 그의 삶에 불쑥 그가 상상하지도 못하고 또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는 그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건은 야곱은 상상치도 못하고 있었던 또 한번의 충격과 위기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마스터 플랜을 참 좋아합니다. 자기 인생에도 이렇게 저렇게 해서 요렇게 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계획을 세웁니다. 이런 계획이 없이 사는 삶은 마치 무언가 크게 모자라고 열등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계획한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서 열심히 살아보려고 애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구요. 그렇지만 사실 우리의 인생이란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우리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언제 어디서 누가 그리고 어떤 일이 우리 삶 속으로 불쑥 끼어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직접 하나님이 섭리하신 것이든 아니면 예기치 않은 악한 일에 의한 것이든 간에 우리가 전혀 통제할 수 없고, 또 손 쓸 수 없는 일들은 우리 삶을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고 또 실제로 끼어들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사실로 부터 우리가 배워야 꼭 할 인생에 대한 진실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생이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우리의 인생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에 쥐어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통제되기 시작합니다. 우리에게는 불쑥 불쑥 우리 삶에 끼어들어 오는 불청객들을 제 자리로 되돌려 보내고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유익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그런 능력은 하나님만이 가지고 계십니다. 이것을 모르고서 계속해서 자기 손으로 자기 인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또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만 애쓰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우게 되기가 쉽습니다. 


우리가 우리 인생에 대해서 가져야 할 태도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려고 드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님 앞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변수는 그야말로 변수로 인정하면서 하나님께 맡기고 말입니다. 믿는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인생에 대한 진리를 많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인생 앞에 겸손한 자가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라는 것을 열심히만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자주 자주 일깨워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전에 야곱처럼 살았을 때, 우리가 저질렀던 시행착오가 우리 자녀들의 삶 속에서도 또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꼭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저 잘 되라고 성공하라고 기도하시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지혜롭게 사는 방법을 깨닫는 내 자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바다같은 하나님 안에 거하며 그 분이 다스리시고 움직여 가시는 우리들과 우리 자녀들의 삶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