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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4.02.13. 새벽예배 - 그들의 누이를 더럽힌 까닭이라(창세기 116)



창3418to31 - 그들의 누이를 더럽힌 까닭이라(창11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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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 : 창세기 34장 18-31절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참 묘합니다. 정말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든 감정이 누그러지고 용서가 되고 때로는 그 이전보다 더 친밀해 지기도 하지만, 정말 작은 잘못을 했는데도 사과 한 마디를 하지 않아서 마음의 분노가 사라지지 않고 결국 그 잘못을 한 사람에게 아픔이나 손해를 되돌려 주고서야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사과를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사과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사과를 하는 일이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사과하지 않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일입니다. 얼마나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고 속이 좁으면 자기 잘못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못할까요? 사과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합니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정말 용기 있고 정직하다고 칭찬을 받습니다. 사과를 가로막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이 잘못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이 잘못했고 또 그래서 내가 아니라 상대방이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사과를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그 일에 대해서는 상대방과 상관없이 내가 사과해야 합니다. 상대방이 90퍼센트를 잘못하고 내가 10퍼센트를 잘못했다면 나는 무조건 그 10퍼센트에 대해서는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내 책임이고 의무입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잘못 때문에 내가 상처를 입고 손해를 본 것처럼 상대방도 나의 잘못 때문에 상처를 입고 손해를 보았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은 정말 정말 악하고 무자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도 선택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에 의해서 저질러진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디나가 마실을 나갔다가 겁탈을 당한 일은 하나의 족속이 땅 위에서 완전히 멸절되는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이 자신들에게 속아서 할례를 받고 상처가 아물지 않아 고통 중에 있는 하몰 족속의 남자들을 다 죽이고 또 그 성읍을 약탈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디나에 대한 원한은 갚았고 야곱의 아들들은 분노를 삭힐 수 있었지만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조상들은 이렇게 그들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그들의 목숨을, 그것도 한 성읍의 남자 전체의 목숨을 빼앗은 악하고 잔인한 흔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창세기의 앞부분에서 자신의 잔인한 폭력을 자랑삼아 노래로 지었고 그것을 자기 아내들에게 부르게 했던 한 사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인의 자손이었던 라멕이라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칠십칠 배이리라” 참으로 악하고 잔인한 복수의 노래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노래보다 더 악하고 잔인한 일을 이스라엘의 조상들이 저질렀습니다. 그것도 거짓으로 속여서 말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또 다시 주변의 가나안 족속들의 손에 의해서 멸절될 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런 엄청난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야곱의 아들들이 자신들의 분노를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자기 속에 있는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그런 엄청나게 잔인하고 악한 복수극을 벌였을까요? 일차적으로는 그들의 누이가 더럽혀졌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그 일은 반드시 이렇게 엄청난 일로 이어질 필요는 없었습니다. 세겜이 디나를 겁탈한 것은 정말 정말 잘못된 것이지만, 그래도 세겜은 그 일에 책임을 지려고 했습니다.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을 찾아와서 제발 디나와 결혼만 하게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달라는 것은 다 줄테니 그렇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정도만으도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하몰과 세겜의 이야기 속에는 꼭 있어야 할 것은 빠지고 없어도 되는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선 자신들과 혼인관계를 맺는 일이 야곱의 가족에게 가져다 줄 실제적인 유익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안에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그게 참 쉽지 않겠지만 만약 이들이 야곱과 야곱의 아들들을 찾아와서 진심으로 사과하며 용서를 빌고 또 그렇게 청혼을 했다면 그래도 야곱의 아들들이 그들을 속일 계획을 세우고 또 그렇게 잔인한 복수극을 벌였을까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몰과 세겜이 사과를 했다면 그 일 뒤에 이어질 모든 일들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엄청난 일도 결국 따지고 보면 사과해야할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이들에게 더 깊은 상처를 받고 또 더 큰 분노에 빠지게 되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악은 절대로 선순환 되는 법이 없습니다. 굴러가면서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습니다. 한 바퀴 한 바퀴 굴러가면서 자신을 점점 더 크게 부풀려 는 것이 우리가 악이라고 부르는 것의 본성이기 때문입니다. 악은 항상 악순환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악을 악으로 해결하려면 절대로 해결할 수가 없어집니다. 악은 원래 처음에는 실체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이 그 악을 선택하고 자기 삶에 끌어 들이는 순간 그것이 죄악이 되면서 이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게 됩니다. 그러면 반드시 한 쪽은 가해자가 되고 다른 한 쪽은 피해자가 됩니다. 바로 여기서 부터 악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다시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주려고 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악은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고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별이 없이 모두를 망가뜨려 버립니다. 


그런데, 이 일을 중간에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가해자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진심을 담아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며 최선을 다해서 책임을 지려고 할 때, 악의 가지고 있는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그 악은 자신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사라지게 됩니다. 두번째 방법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더 많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입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면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그저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더 이상 똑같은 피해와 고통을 돌려주려고 하지 말고 그냥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용서하지 않는 한 그 상처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록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먼저 용서해 주어야 합니다. 참 쉽지 않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도 우리가 제일 어려워 하는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상대방이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고 해서 용서하지 않고, 용서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절대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앙갚음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내 속에서 계속해서 상처와 분노를 만들어 내면서 나 자신의 성품과 영혼, 그리고 삶을 망가뜨리게 되고, 앙갚음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내가 당한 일보다 더 큰 일로 되갚아 주어서 내 삶과 이 세상에 악을 더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끝날까요?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오기가 쉽습니다. 그 다음에는 내가 더 큰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몰과 세겜이 야곱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했더라면, 그리고 사과가 없었더라도 야곱의 아들들이 스스로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을 접고 그 정도에서 용서해 주기로 했더라면 일은 거기서 끝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 큰 악과 비극을 그들의 삶으로 끌어들이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스스로 죄를 이긴 사람들이 되었을 것입니다. 언약 자손의 조상들로서 자신의 인생에 오점도 남기지 않고 말입니다. 


성도 여러분, 악을 이기는 것은 선이지 악이 아닙니다. 잘못한 일이 있거든 자존심 상한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꼭 사과를 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담아서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사과를 받지 못한 일, 그리고 되갚아 주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또한 하나님의 되돌려 주시지 않는 무조건적인 용서하심 덕분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되새기시면서 꼭 상대방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사탄이 내 인생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 망가뜨리는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사탄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 자주 사과하시고 더 흔쾌히 용서하셔서 악을 이기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하나님의 군사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