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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4.04.09. 새벽예배 - 그들이 먹을 때에(사순절 6-3)



16. 막1422to25 - 그들이 먹을 때애.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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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본문 : 마가복음 14장 21-25절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아는 사자성어들 중에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문자적으로는 ‘흙과 몸은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의 몸이라는 뜻이고 그래서 한국 사람은 한국 땅에서 나온 것을 먹어야 좋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만큼 분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의 몸은 사실 그 사람이 먹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 바깥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호흡을 제외하면 사실 먹는 것이 전부이니까요. 사실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은 그 사람의 몸일 뿐만 아니라 생명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이 먹고 마시는 것은 사람에게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완전히 자기의 것이 되는 것은 먹는 것 밖에 없습니다.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은 결국 온전히 자기 몸의 일부, 그것도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 되니까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부어주신 가장 오래된 기적적인 은혜들 중의 하나는 먹는 것을 주시는 은혜였습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이 40년 동안 광야를 떠돌 때, 하나님께서는 이들에게 그 40년 동안 매일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떨어지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매일 아침이면 하늘에서 그 날 먹을 만큼의 만나를 내려 주셨고 또 그 광야에서 마실 물이 떨어지지 않게 해 주셨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생존하는 일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물과 떡을 직접 챙겨 주셨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가장 중요한 필요를 채워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심으로써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명을 책임져 주셨던 것입니다. 광야의 만나와 생수는 단순히 먹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을 먹을 수도 있고 저것을 먹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만나는 이런 저런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것이 없으면 죽고 마는, 그러나 하나님께서 부어주시니 날마다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생명 그 자체였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과 제자들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의 광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떡을 손에 드셨습니다. 그리고 그 떡에 축복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받으라 이것은 내 몸이니라” 그리고 잔을 드신 후에는 감사 기도를 드리시고 제자들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제자들이 잔을 마신 후에, 예수님께서는 그 잔, 정확하게는 그 잔 속에 든 포도주를 가리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피 나의 피니라” 결국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살과 피, 그러니까 자신의 생명 전체를 제자들을 위한 양식으로 내어 주셨던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먹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그 사람의 몸이지만 그 사람의 생명이기도 합니다. 그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사람의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그 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수님 자신을 그들의 생명과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 그것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생명으로 내어주셨던 것입니다. 주님은 먼저 떡을 손에 드신 후에 그 떡에 축복하셨습니다. 축복은 더 풍성해 지라고 비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니 예수님의 축복은 단순한 기원이 아니라 떡을 진실로 복된 떡, 그리고 풍성한 떡으로 만드는 창조주의 명령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떡을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 떡을 받아 먹었습니다. 이제 제자들 속에는 진실로 복된 떡, 그래서 그 안에서 항상 그들을 만족하게 하고 또 그들을 풍성한 삶을 살게 해 줄 그런 떡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예수님께서는 잔을 손에 드신 후에 그 잔에 대해서는 축복하신 것이 아니라 감사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피 나의 피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주님은 무엇을 감사하신 것일까요? 그 감사는 단지 포도주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는 아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이 감사를 그 뒤에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을 연결해 볼 때, 주님이 감사하신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피가 많은 사람에게 생명을 주는 도구가 될 것을 감사하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 잔을 마심으로써 그들 속에 마르지 않는 샘근원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원래부터 생명은 하나님과 붙어 있을 때만 얻을 수 있고 또 누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죄를 지은 후 사람은 하나님에게서 떨어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있어서 죽음은 사실 형벌이 아니라 그저 생명의 근원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간이 결국은 죽게 되어 있다는 것이 가혹한 형벌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있으면서도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떨어져 있는 인생, 하나님과 관계가 끊어진 사람은 아무 대책 없이 매마른 광야에 던져진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습니다. 그들이 과연 풍성함을 기대할 수 있고 또 기대한 들 누릴 수가 있을까요? 그래서 사람에게는 반드시 하나님의 공급해 주심이 필요합니다. 매일 매일 하늘을 열어 만나를 내려 주셔야 하고 매일 매일 반석을 터뜨려 생수가 흘러 나오게 해야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 하루를 살아갈 수 있고 또 풍성함을 맛보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배부름과 풍성함은 그 때 뿐입니다. 오늘은 있지만 내일은 사라지고 마는, 주님께서 다시 공급해 주시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직접 우리 안에 거하는 영원히 풍성한 양식이 되어 주시기 위해서, 우리 안에 있는 마르지 않는 샘 근원이 되어 주시기 위해서,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다시는 죽지 않고 영원히 풍성한 생명을 누리게 해 주시기 위해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그 분의 살과 피를 우리를 위한 떡과 음료로 내어 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진짜로 당신의 살과 피를 내 주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진짜 살을 찟으시고 진짜 피를 쏟으셔서 우리의 진짜 생명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제는 내가 사는 것 아니요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니라”라는 말을 들으면 굉장히 비장해 집니다. 마치 내가 죽는 것처럼 생각하죠. 물론 예수님의 생명이 나의 생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예전의 빈약한 생명, 항상 두려워하고 근심하던 그 생명은 이제 자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죽음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의 생명으로 나를 채우는 것입니다. 그 영원하고 풍성한 하나님의 생명, 배고픔이 없고 목마름이 없는 그 능력있는 생명이 우리 생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은 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실로 풍성해 지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내가 죽고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은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가장 행복하고 꽉찬 삶을 뜻하는 것입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 그래서 우리가 가장 커다란 열정을 가지고 추구하려고 하는 소원이 되게 해야 할 그런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께서 나눠주신 마지막 유월절 만찬은 예수님께서 우리의 만족이 되어 주시겠다는 약속, 우리 속 사람을 예수님의 풍성함으로 영원히 가득 채워 주시겠다는 약속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풍성한 생명의 길, 우리를 영원히 목마르지 않고 영원히 배고프지 않게 해 줄 수 있는 생명의 길은 우리 눈 앞에 열려 있습니다. 주님은 “받으라”고 하십니다. 받아 먹고 받아 마시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만족이 되어주시고 모든 것이 되어주시며 마르지 않는 풍성함이 되어 주시는 그 복을 믿음으로 취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허락해 놓으신 그 풍성한 생명을 믿음으로 취하기만 하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모든 것 되어 주신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분만이 우리를 꽉 채워주시고 다시는 텅 빈 인생이 되지 않을 수 있게 해 주신다는 사실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그 약속이 우리를 위한 약속이 되게 만들면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은 그 약속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능력이라고 증언합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마치 떡을 입에 넣어 씹고 포도주를 입에 넣어 마시는 것처럼 현실 속의 은혜로 만들어 주는 능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 풍성함의 약속, 주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살을 찢고 피를 흘려 우리에게 주신 그 약속을 여러분의 현실이 되게 하시기 바랍니다. 예수님의 은혜가 정말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먹었던 만나와 생수처럼 여러분의 영혼을 배부르게 하고 만족하게 하도록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여러분의 존재와 삶을 영원히 풍성한 것으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 일에 소망을 가지고 광야의 이스라엘이 만나와 생수를 바라보았던 간절함으로 주님을 바라본다면 분명히 여러분의 믿음을 통해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풍성한 생명을 얻고 누리게 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유월절 어린 양이 되어서 우리의 영원한 양식과 영원한 음료가 되어주시는 그 풍성한 은혜를 누리는 진정으로 행복한 성도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