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5년 6월 17일 수요일
세상 없는 사람도 시간이 흐르면 나이가 먹게 마련이고 감당했던 자기 역할을 그만 둘 때가 오기 마련입니다. 사무엘도 그랬지요. 물론 사무엘은 후에 다윗을 왕으로 세우는 중요한 일을 한 번 더 감당해야 하지만 일단 이스라엘의 초대왕인 사울이 왕으로 세워지고 사울이 왕권을 확립해 가자 자기 역할을 내려놓고 무대 뒤로 가게 됩니다. 이제 그렇게 하기 전에 사무엘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 놓고 그들 앞에서 마지막 설교를 하게 됩니다. 그 설교의 목적은 자신이 뒤로 물러나더라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떠나지 않게 제대로 섬기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이 목적을 위해서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한 설교 속에서 우리는 우리 신앙과 하나님 앞에서의 우리의 삶에 대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신앙의 타락이란 우리가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우리를 건져 주신 하나님을 잊을 때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자기들을 건져주신 하나님을 잊었을 때, 범죄하셨던 것처럼 말이지요. 신앙에 있어서 기억을 제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단 하나님께서 과거에 베풀어 주신 은혜들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오늘 내가 하나님을 믿고 의지해야 할 이유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일에 실패하면 어제의 은혜는 오늘 나의 믿음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이 되어지고 그러면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거듭해서 하나님을 떠나 다른 것에 의지하려고 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방신들을 의지하고 왕을 의지하려고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둘째, 우리가 아무리 왕처럼 생각하며 좋아하고 의지하는 대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저 인간와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 때문에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흐려지고 약해져서는 안됩니다. 사무엘은 분명하게 말합니다. “만일 너희가 여전히 악을 행하면 너희와 너희 왕이 다 멸망하리라” 저는 오늘 한국교회 성도들과 목회자들이 이 메세지를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너무 정치 논리에 물들어 있습니다. 너무 인간지도자를 중심으로 해서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너무 무조건 사람을 편들고 그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옳고 그름보다, 성경의 원리에서 어떤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인지 생각하고 평가하기 보다 그저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서 사람을 편들고 특정 정당을 편듭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성도들은 그러면 안됩니다. 아무리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못한 것은 못한 것이지 그것 자체가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잊으면 안되고, 항상 하나님을 기준으로 놓고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지도자들을 평가할 때, 내가 아니라 하나님을 기준으로 그들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마치 하나님처럼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 지도자가 되면 절대로 안되는 사람들은 있지만, 지도자가 되지 않으면 절대로 안되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사람 때문에 하나님을 바라보는 눈이 약해지면 안됩니다. 물론 사람 뿐만이 아니지요.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들은 그저 잠시 잠깐 일정 부분의 유익을 위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것들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항상 그리고 변함 없이 편들고 의지하고 섬겨야 할 대상은 하나님 한 분 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그 하나님을 대신하게 해서는 안되고 하나님을 대신하기 위해서 바라고 원하면 안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왕을 원했습니다. 실제로 하나님을 대신하여 의지하려고 말이지요. 그런데, 사울이 왕으로 세워지자 사울은 오히려 백성들을 의지합니다. 사울이 왕이 된 지 2년만에 블레셋과의 커다란 전쟁이 벌어집니다. 블레셋의 군대가 너무 거대해서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는 싸우기도 전에 겁을 집어 먹었지요. 전쟁을 치르기 전에 하나님께 제사를 드려야 했는데, 일주일을 기다려도 사무엘이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더 큰 두려움에 빠진 이스라엘 군사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전장에서 이탈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급해진 사울은 사무엘에 도착하기 전에 자기 손으로 번제를 드렸습니다. 번제를 막 마치고 나서 사무엘이 도착했는데, 이 일로 인해서 사울은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게 됩니다. 너무도 빠르게 사무엘이 사울을 세우고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했던 경고가 현실이 되었던 것입니다.
사람을 의지하면 사람 때문에 결국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것이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사람을 의지하지 않기 위해서 애써야 하는 이유이지요. 또 한 가지 항상 참 신앙의 모습은 언제나 급할 때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 있습니다. 급하면 자기가 진짜로 의지하면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저절로 드러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급할 때,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하나님께 순종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 보면 그것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우리가 평상시에 작은 일부터 계속해서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께 순종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작은 어려움과 갈등 속에서 그런 연습들을 꾸준히 해야 나중에 더 큰 어려움과 갈등의 순간에도 하나님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그렇듯이 오늘 성도들 또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아닌 하나님을 왕으로 삼아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또 교회적으로 말이지요. 사실 오늘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이것을 잊어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의 영적인 실패와 부끄러움은 우리들이 그 동안 하나님이 아니라 다른 것을 붙들고 의지하면서 여기까지 온 열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원래의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원래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라고 하신 그 길로 걸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적어도 아직은 그 길이 열려 있습니다. 사무엘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들려 주었던 “너희가 과연 이 모든 악을 행하였으나 여호와를 따르는 데에서 돌아서지 말고 오직 너희의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섬기라 돌아서서 유익하게도 못하며 구원하지도 못하는 헛된 것을 따르지 말라 그들은 헛되니라”라는 말씀을 오늘 우리를 위한 말씀으로 받아들여,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며 이제부터라도 온전히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며 섬기는 자리로 되돌아 가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여러분 자신을 위해서도 기도하시고 또 한국 교회를 위해서도 꼭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커다란 위기에 부딛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의 진단에 따르면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 속에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교회들, 특히 큰 교회들이 자기 사이즈에 속아서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 그리고 각각의 교회들이 그 동안 왕삼았던 것을 떠나 하나님만 참된 왕으로 모시는 자리로 가도록 그렇게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우리 앞에 의지하며 살아갈 것이 아무리 많아도 그저 우직하게 하나님만 바라고 하나님만 의지하여 사는 참 이스라엘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