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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5.08.07.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열왕기상 19-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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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5년 8월 7일 금요일




엘리야는 분명히 선지자들 중에서도 매우 큰 능력을 가지고 하나님의 일을 했던 사람입니다. 특히 이제는 거의 완전히 우상을 섬기는 나라로 바뀐 북이스라엘에서 그 일을 감당했던 매우 담대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대단한 흔적들을 많이 남겼지요. 그렇지만 엘리야는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도 보여 줍니다. 너무나도 나약하고 겁많은, 도무지 하나님의 선지자라고 할 수 없는 그런 모습입니다. 


갈멜산에서 엘리야는 850명의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들과 맞붙어서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바알과 아세라의 거짓됨을 드러내고 여호와만이 참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고, 백성들이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만들어서 그 850명을 모조리 죽이게 했습니다. 이렇게 백성들이 엘리야에게로 돌아서자 아합은 살짝 꼬리를 내리고 왕궁으로 돌아와 그 당시 실세였던 이세벨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보고합니다. 이 보고만 보아도 당시 북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지배다는 아합이라기 보다는 이세벨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세벨은 역시 에세벨 답게 그저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엘리야에게 사람을 보내서 맹세까지 해 가면서 자기가 다음 날 엘리야를 꼭 죽이겠다고 장담합니다. 그만큼 독이 오를대로 올랐지요.


이세벨이 결심을 하고 자신을 죽이겠다고 통보하자 엘리야는 갑자기 겁을 잔뜩 집어 먹고 심각한 절망에 빠집니다. 그래서 사환은 브엘세바에 머물게 하고 홀홀단신 광야로 들어가서 한 로뎀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지요. 그렇기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그는 하나님께 기도아닌 기도를 드립니다. 이제 충분하니까 여기서 자기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말입니다.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 850명과 맞대결을 펼쳐서 완승을 거둔 엘리야의 모습과 이런 엘리야의 모습. 정말 보는 사람을 헤깔리게 합니다. 도무지 같은 사람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선입견입니다. 한 사람에게는 하나의 모습만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 또 하나님의 사람은 당연히 언제든지 변함 없이 담대하고 거침이 없어야 한다는 선입견 말입니다. 그렇지만, 엘리야의 이런 모습은 오히려 그런 것이 인간이고 또 인간은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원래 엘리야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약하고 민감한 사람인 듯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런 엘리야를 선택하셨고 그를 북이스라엘을 위한 선지자로 삼으셨습니다. 아합과 이세벨, 그리고 백성들이 완악해져 있는 상태이니까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아주 특별한 능력을 주시고 큰 일을 행하게 하실 필요가 있었고 그래서 필요할 때마다 그에게 아주 강력한 능력을 주셨지만, 이렇게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엘리야는 그저 자신의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너무 변덕스러운 것은 좋은 것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흔들리기 쉬운 존재인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람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자신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그렇고 쓸데 없는 정죄와 좌절, 그리고 포기하는 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나몰라라 나자빠져져서 나무 밑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엘리야를 위해서 무엇을 하셨습니까? 한 상 잘 차려 놓으시고 천사를 시켜서 그를 깨웠습니다. 그리고는 배불리 먹게 했습니다. 완전히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세 번이나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엘리야를 찾아와 만나주셨습니다. 이것은 엘리야가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같습니다. 그렇게 먹여주신 음식으로 기력을 찾기는 했지만 그 마음마저 회복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엘리야는 그 로뎀나무에서 일어나 40일동안을 걸어서 호렙산으로 가서 거기있는 작은 동굴 하나를 택해 그 안에 들어가 버립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에게 왜 네가 거기있느냐고 물으시고는 엘리야 앞에서 아주 놀라운 일을 행하셨니다. 먼저 아주 아주 크고 강한 바람이 불게 해서 바위를 부수게 하셨습니다. 엘리야는 그 속에 하나님께서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거기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거기도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불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은 그 불 가운데도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그 모든 엄청난 일이 끝나고 나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엘리야는 그 세미한 소리 속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엘리야가 가지고 있었던 하나님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시기 위해서 일부러 행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야는 정말 어마 어마한 능력으로 어마 어마한 일들만 행했습니다. 3년 반동안 비를 멈추게 했다가 비가 내리게 했고, 갈멜산에서는 물이 철철 흐르는 제단에 전체를 불로 태워버리기도 했고, 그 일을 통해서 850명이나 되는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들을 일거에 제거해 버렸습니다. 그 일로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님께로 되돌리기도 했지요. 이것이 엘리야가 경험한 대단한 하나님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이런 하나님을 경험한 엘리야였지만 정작 엘리야 자신은 그 일을 하면서 지칠대로 지쳐버리고 맙니다. 영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탈진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인데요. 이런 상태가 되면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엘리야를 찾아오셨던 것인데,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찾아오신 것입니다. 먼저 놀라운 일들을 보여 주셨지만 그 안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오히려 마지막에 들릴락 말락한 작은 소리 안에서 엘리야를 만나시고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엘리야가 하나님의 큰 일을 할 때,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놓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사역자냐 아니면 평신도이냐를 막론하고 놓치면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자신에게 들려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놓치면 은혜도 놓치게 되고 길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말씀은 크고 눈에 띠는 일 속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들려옵니다. 우리가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그리고 아무리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고 있어도 결코 잠잠하고 차분하게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능력이나 놀라운 일들 속에, 그리고 우리를 흥분시키고 바쁘고 분주하게 만드는 일들 속에 우리를 회복시키고 우리의 길을 인도하며 하나님의 함께 하심을 온전히 누리게 해 주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속에, 그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오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약합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제든지 낙심하고 좌절할 수 있는 것이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완전히 피할 길은 없을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런 일을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서 작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아니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시간들을 우선적으로 떼어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는 비록 약하지만 강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의 은혜 속에서 다시 회복되고 또 세워지는 은혜를 놓치지 마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