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5년 9월 9일 수요일
역대상과 역대하라는 책 이름만 들으면 이 책에는 이스라엘의 역대왕들에 대한 이야기가 골고루 기록되어 있을 것 같이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역대상과 역대하는 모든 왕들의 역사를 공평하게 모두 기록하고 있지 않고 두 왕 그러니까 다윗과 솔로몬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당부분을 이 두 왕이 성전을 짓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대하로 넘어오면서 이제 이야기는 다윗에게서 솔로몬에게로 그 중심이 이동됩니다. 솔로몬은 그 출발이 아주 좋았던 사람입니다. 아버지 다윗의 유언을 받들고 자신의 마음을 다하여 성전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솔로몬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회막 앞으로 가서 모든 이스라엘 회중들과 함께 하나님께 번제를 드린 것입니다. 번제는 흔히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헌신의 표시로 드려지는 제사인데요. 솔로몬은 거기서 천 마리의 희생으로 번제를 드렸습니다. 흔히 이 10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어서 일천번제다 뭐다 하면서 1000번의 헌금을 드리기도 하고 또 새벽기도를 1000번 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사실 방향이 조금은 잘못되어 보입니다. 하는 것 자체야 좋지만 1000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1000번의 번제는 솔로몬 자신의 헌신의 깊이와 크기를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7절 이하를 보면 하나님께서 이 1000번의 번제를 굉장히 기뻐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하나님께서 기뻐하신 것은 번제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그 1000번의 번제를 통해서 표현된 솔로몬의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사랑을 기뻐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솔로몬의 중심을 보시고 그야 말로 백지수표를 내미셨습니다. 그러시면서 거기에 원하는 금액을 적기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은 그저 아버지 다윗에게 하셨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겸손하게 자신에게 부족한 지혜와 지식을 더해 달라고, 그래서 백성들을 다스릴 때 그들을 잘 돌보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당연히 더 기뻐하셨습니다. 그래서 솔로몬이 달라고 한 지혜와 지식은 물론이고 달라고 하지 않은 재물과 영광도 함께 선물로 안겨 주셨습니다. 마치 나무꾼이 금도끼도 자기 도끼가 아니고 은도끼도 자기 도끼가 아니라고 했을 때, 산신령이 그에게 그 두 도끼와 더불어 그 나무꾼의 도끼를 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정말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과 우리는 마음과 마음, 진심과 진심이 통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는 것이 되고, 우리의 헌신은 우리가 가장 기뻐하는 일이 되는, 이런 아름다운 일이 날마다 일어나야 합니다. 만약 하나님과 우리들 사이게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관계라면 우리는 날마다 그런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삶에는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과 은혜가 넘치게 될 것입니다.
14절을 보면 솔로몬 왕국이 가지고 있었던 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기록되어 있는데요. 얼핏 보면 이것이 그저 하나님께서 주신 복처럼만 생각됩니다. 하나님께서 부귀와 영화를 약속하신 후에 이런 내용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이미 솔로몬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가 암시되어 있습니다. 14절 맨 앞쪽인데요. 성경은 ‘솔로몬이 병거와 마병을 모으매…”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왕들에게 금하신 몇 가지 중에서 한 가지입니다. 사람은 갑자기 높여지고 커다란 능력이 생기면 더 높아지고 더 큰 힘을 확보하고자 하려는 욕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은 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들이어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 조차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나 아무리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어도 그런 것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금지되어 있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성도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위치와 힘 때문에 그것을 잊어서도 안되고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14절부터 17절의 기록이 솔로몬 통치기간 중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전반적인 기록이기 때문에 아얘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만 솔로몬은 서서히 이쪽으로 움직여 갔던 것이고, 바로 그런 잘못된 방향 때문에 결국 솔로몬은 겉으로 보기에는 가장 화려한 시대를 이루는 사람이 되었지만 이스라엘에 우상숭배라는 심각한 질병을 가지고 들어오는 장본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2장에서는 솔로몬이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성전을 짓는 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거기 보면 이방나라들에게서 필요한 물품들을 조달받고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당당하게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내가 건축하고자 하는 성전은 크니 우리 하나님은 모든 신들보다 크심이라 누가 능히 하나님을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리요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내가 누구이기에 어찌 능히 그를 위하여 성전을 건축하리요 그 앞에 분향하려 할 따름이니이다”라고 말입니다. 솔로몬이 성전을 짓기 전의 이 마음을 끝까지 지켜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방의 왕들에게도 ‘우리 하나님이 모든 신들보다 크신 분이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분명한 태도, 그리고 온 우주를 다해도 하나님을 제대로 모시기에는 부족한 분이라고 알고 있는 그 분명한 믿음. 이런 것들을 끝까지 지켜냈다면 그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성도는 자신의 신앙이 가장 순수할 때, 자신이 가장 은혜로울 때 하나님 앞에서 한 자신의 신앙고백과 하나님을 향해 가지고 있었던 그 마음과 분명한 태도를 지켜내려고 애써야 합니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지, 악화되든지 아니면 그 반대가 되든지 말이지요. 항상 하나님 앞에서 초심을 지켜가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을 향한 가장 순수한 신앙고백을 지켜가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한결같은 순전한 마음으로 우리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는 그런 성도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