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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6.02.15.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예레미야 37-38장)

설교일 : 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사람이 한결같을 것 같지만, 그러기가 정말 힘이 듭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약한 존재라서 자신이 잘못하는 것이 없는데도 똑같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 계속되면 마음의 힘이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되기가 쉽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고 끝까지 초지일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을 기준으로 놓고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다 나쁜 사람으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가 만나는 예레미야의 모습은 그 이전의 예레미야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일을 행하는데 있어서 거의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관리들이 자신을 죽이려고 할 때도 당신들이 나를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그러면 죄없는 사람을 죽인 책임은 하나님 앞에서 당신들이 모두 짊어져야 할 거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오늘 본문에 나오는 예레미야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닙니다. 시드기야 왕이 예레미야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마자 예레미야는 제발 자신을 이전에 자신이 갖혀있던 시기관 요나단의 집으로 돌려 보내지 말라고 간청했습니다. 거기로 가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니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아야 달라고 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스바댜, 그다랴, 유갈과 바스훌의 손에 붙잡혀서 진흙구덩이에 던져 졌다가 똑같이 시드기야 왕이 구해주었을 때, 시드기야 왕이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거든 정직하게 알려 달라고 하자 그 때도 예레미야는 먼저 자신이 사실을 말해도 자신을 죽이지는 말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시드기야가 스스로 예레미야를 죽이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예레미야를 헤치려고 하는 사람의 손에도 절대로 넘기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그제서야 시드기야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을 잡으러 온 관리들을 시드기야 왕과 짜고서 속이면서 자신의 생명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그는 예루살렘이 완전히 함락될 때까지 감옥 뜰에 머무르면서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예레미야는 아주 오랫동안 하나님이 말씀을 전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도 이스라엘 백성들과 왕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예레미야서의 표현대로 하면 하나님의 꼬득임에 속아서, 그리고 하나님께서 예레미야의 마음을 몰아 붙이셔서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이라고는 무관심과 오해, 그리고 핍박 밖에 없었습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그랬습니다. 그런 세월이 지루하게 계속되었지요. 처음에는 당당했던 그도, 그렇게 용기백배했던 그도 슬슬 지쳐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지쳐가자 그의 마음 속에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그 두려움에 사로 잡히고 맙니다. 그래서, 자신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자기 목숨을 찾는 사람들 손에 넘기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또 애원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애원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이렇게만 보면 예레미야는 변해도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의 모습 속에서는 이제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성경을 읽는 우리들에게 예레미야의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예레미야의 이런 변한 모습 때문에 놓쳐서는 안되는 그의 변함 없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가 그렇게 변하면서도 결코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기신 일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자기 목숨을 아까워 했습니다. 그 목숨을 잃게 될까 정말 많이 두려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맡기신 그 말씀 그대로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 속에는 정말 정말 오해받기 좋은 말씀, 자기 자신에게 해가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말씀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때는 유다가 바벨론에게 멸망당하기 일보직전인 때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바벨론에게 빨리 항복해라, 항복하면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선지자가 아니라 나라를 팔아먹자고 꼬득이는 매국노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바로 이 메세지를 전했기 때문에 미움을 샀고, 또 죽을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요.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하나님의 일꾼들은 수퍼맨이 되어야 한다고 기대하고, 또 항상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일꾼들도 사람은 사람입니다. 때로는 약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하는, 살기 위해서 목숨을 구걸하기도 하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그런 약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가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길을 가려고 하고 또 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실패할 때가 있어도 다시 일어나 하나님의 일을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본문을 보다가 똑같은 소원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 힘들고 어려워지는 때가 있더라도, 그래서 때로는 용기를 잃고 낙심할 때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어느 정도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더라도 그래도 계속해서 내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과 하나님의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하나님의 뜻대로 감당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품게 되었습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는 연약한 인간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렇게 또 때로는 저렇게 변할 수가 있지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가 하나님의 백성이요 자녀이며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도 그 길을 가면 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영웅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그와 같은 신실함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예레미야 같은 신실함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두렵고 낙심되어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맡겨진 이 길을 걸어가게 해 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