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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6.03.25. 새벽예배 - 성경읽기와 묵상(고난주간 5, 막1443-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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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일 : 2016년 3월 25일 금요일





오늘은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날을 기념하는 ‘수난일’입니다. 고난주간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요.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본문은 수난일 전날 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못 박히시던 주간의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예수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온 세상이 이렇게 빨리 한 통속이 되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 정말 악한 사람들은 공통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 힘을 합할 때는 그야 말로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고통을 안겨 준 것은 비단 이런 악한 사람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예수님께 더 큰 아픔을 안겨주려고 경쟁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행동했습니다. 


먼저 돈을 받고 예수님을 팔아넘긴 제자인 가룟 유다, 목자를 치면 양들이 흩어지게 마련이라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뿔뿔이 흩어져 버린 제자들, 결국 알몸으로 도망쳐 버린 예수님을 따르던 청년, 죽어도 예수님을 버리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저주하고 맹세하면서까지 세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했던 수제자 베드로, 제사장들의 사주를 받아 무조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야 한다고 외쳤던 군중들, 자신의 정치적인 이익 때문에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내어준 빌라도, 그리고 예수님을 모욕하고 침 뱉고 모욕하고 때렸던 로마의 병사들… 예수님께서 붙잡히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것이 결정되는 과정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그 누구 하나 예수님의 마음에 위로를 드리고 힘이 되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 사람이 예수님과 가깝든 멀든 예수님을 알든 모르든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예수님을 더욱 더 아프게 하는 역할만 했습니다. 


사실 예수님이 당하셨던 모든 악한 일들과 고통들은 사람들이 당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죄인이면서 죄인들 중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 죄악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날 이 모든 사람들은 죄 없으신 예수님께 자신들이 지은 죄와 그 죄가 만들어 내는 고통과 악한 열매들을 모두다 뒤집어 씌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사람들이 저지른 죄와 죄가 만들어 낸 결과들을 하나 하나 묵묵히 짊어 지셨습니다. 그 모든 과정 중에 자신에게 가해지는 모든 고통을 피하지도 않으셨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거짓 증거들도 묵묵히 듣고만 계셨습니다. 그 모함의 억울함까지도 그대로 담당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년에 한 차례 대속죄일이라는 날이 되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양 두 마리를 선택해서 한 마리는 속죄제물로 잡고, 나머지 한 마리는 아사셀 양이라고 해서, 그 양의 머리에 손을 얻어 자신들의 죄를 모두 뒤집어 씌워서 진영 밖 광야로 내쫓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해야 그들은 비로소 일년 동안 지은 죄를 용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죄는 이렇게 사람을 하나님 앞에서 쫓겨나게 만들고 죽음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일컬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예수님 속에서 그렇게 사람의 죄를 뒤집어 쓰고 목숨을 내놓고 또 광야로 내몰리면서 사람들에게 죄 용서의 은혜를 가져다 주었던 두 마리의 대속죄일 어린 양들을 보았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의 추악하고 비열한 모든 죄악의 희생물이 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배신으로부터 가장 거룩해야 하는 대제사장의 거짓말, 그리고 로마 병사들의 잔인함까지 인간의 죄악들 중에서 가장 사악한 죄악들을 받아 내셔야 했고, 그 고통과 슬픔을 몸소 아무 말 없이 담당하셨습니다. 


그 날 밤 예수님은 유월절의 어린 양이 되어서 자신이 흘리실 피로 죄 용서의 은혜를 받아야 하는 그 사람들의 죄와 그 쓴 열매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셨던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환상 중에 이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그는 실로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였거늘 우리는 생각하기를 그는 징벌을 받아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노라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우리는 다 양같아서 그릇 행하여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 


그 날 밤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향해 가시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모두 죄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 죄로 예수님에게 고통과 고난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 하나 예수님의 고난과 고통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묵묵히 그들이 예수님께 더하는 죄악의 짐을 하나 하나 묵묵히 짊어지셨습니다. 그 죄가 만들어 내는 억울함과 고통까지도 모두 마다하지 않고 짊어 지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을 위해서 피를 흘려야 하며, 그들의 죄를 모두 뒤집어 쓰고 영문 밖으로 내쫓김을 당해야 하는 아사셀 어린 양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당하셨던 고난과 고통들은 죄인인 우리들에게나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죄의 짐들은 죄인들의 몫이니까요.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한 순간까지도 그렇게 우리 죄의 짐을 짊어지셨습니다. 그렇게 영문 밖으로 내 몰리셨고,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우리를 위한 대속물이 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용서를 받았고, 허물이 사해졌으며 나음을 입고, 하나님과의 평화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오늘부터 모레 새벽까지 예수님은 못 박혀 죽으시고 또 무덤 속에 계실 것입니다. 그 모든 것들은 본래 우리 몫이 되어야 하는 것이었지요. 나머지 이틀 동안 잠잠하게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시며 부활절의 새벽 빛을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십자가의 은혜와 부활의 소망이 우리 모두에게 충만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