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8월 10일 수요일
성도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시작해서 한국교회에 큰 일을 한 교회가 있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한 교회인데요. 제자훈련을 처음 시작한 목사님도 정말 모든 면에서 굉장히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정말 성도들을 제자훈련 시켜서 예수님의 제자로 만드는데 평생을 헌신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돌아가시고 그 교회는 그야 말로 큰 환란 빠졌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목회자가 여러가지 면에서 교회를 그야 말로 망가뜨려 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그 목회자의 편을 들면서 그 일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 분들 중에는 선대 목사님에게 제자훈련을 받은 장로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한국교계, 특히 우리 교단이 더 큰 충격을 받은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그 목사님에게 직접 제자훈련을 받은 분이 그렇게 분별력 없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정말 서지 말아야 할 자리에 서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제자훈련이 가지고 있는 맹점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알기로 제자훈련은 3년 정도 걸리는 일종의 훈련 과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정도 열심히 교회에서 목회자가 시키는 대로 하면 제자훈련을 마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타가 공인하는 ‘제자’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예수를 믿는 것이 그렇게 정해진 기간 무엇을 하고 안하고로 결정되거나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 사람의 일평생이 걸리는 긴 과정이고, 일평생 헌신한다고 해도 제자다운 제자가 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산다는 것은 삶의 목적과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이것은 시간의 양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헌신의 깊이와 온전함의 정도가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자훈련은 나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좋은 것이었지요. 그렇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은 한 사람이 완전히 다른 생각과 가치, 그리고 삶의 모습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되는 과정인데, 그것을 정해진 기간동안의 정해진 코스를 거치면 딸 수 있는 자격증처럼 만들어 버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훈련은 제자를 만들어 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누가복음 14장은 누가 예수님의 제자이며 어떤 사람이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려줍니다. 첫째, 바리새인들처럼 남보다 위에 서서 항상 누군가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잔치 자리에 가면 상석에 앉으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높이려고 하고 대접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또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을 가장 우선에 놓지 않는 사람도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람들, 계속해서 이런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을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은 자신의 삶 전체를 다 쏟아넣고 헌신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래 제자란 스승처럼 생각하고 스승처럼 느끼고 스승을 흉내내며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 믿는 사람들은 사실 모두가 다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그저 믿는 자리로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 그 믿음을 통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자리로 부름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말을 할 때, 그 말이 정말로 의미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14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자기 목숨까지도 미워할 수 있을지 꼭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 일에 뛰어들었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그만둔다면 시작하지 않은 만 못하니까요.
이렇게 보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은 도저히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인 것만 같습니다. 누가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면서 주님을 따를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데 필요한 모든 댓가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아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그 나라의 영원한 백성이 되는 일이 얼마나 복된 것인 줄 아는 사람은 그것 때문에 자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영광을 취하고 대접받는 일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 목숨까지도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아무리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도, 심지어는 그것이 자기 목숨이라고 하더라도 영원한 하나님 나라의 영광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알고 그 나라 백성됨의 복됨을 아는 은혜를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예수님처럼 고상하고 아름다운 삶, 영광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