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7월 20일 수요일
사람들은 아무래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조건에 현혹되는 일을 피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그렇게 자기 자신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이나 본 모습보다는 그 사람의 겉으로 보이는 조건이나 행동을 보고 이 사람은 이렇다, 저 사람은 저렇다라는 평가를 하게 되지요. 물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속모습까지 정확하게 보지 못합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겉으로 드러나는 그 사람의 업적이나 열심만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적어도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행동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제까지 우리나라의 기독교는 그렇게 해 왔습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업적, 그리고 열정만을 중요하게 여겨왔지요. 그러다 보니 속 사람의 종교인 기독교가 겉 사람의 종교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교회를 볼 때나 성도 개인을 볼 때나 그저 보이는 것이 전부 다인 그런 문화가 교회를 가득 채우고 말았습니다.
12명의 제자들, 이 사람들은 3년이 넘는 세월을 예수님과 가장 가까이서 보냈습니다. 함께 먹고 자고, 특히 어려운 말씀은 따로 배우면서 그렇게 세월을 보냈습니다. 다른 사람과는 전혀 다른 특별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아마 마지막까지 예수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꼭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열 두 사람이 되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조금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이 열 둘은 예수님이 잡히던 날 밤, 혼비백산 흩어지고 도망치고 예수님을 배반했습니다. 심지어 그 중에는 예수님을 팔아먹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예수님을 가장 열정적으로 따라다녔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런 모습이었는지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그렇게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순간, 그리고 그 후에 무덤에 모셔지는 그 순간, 특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을 때 계속해서 예수님 곁에 있었던 세 사람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막달라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였던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입니다. 사실 이 여인들은 지금까지 성경에서 그리 중요하게 소개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여기서 처음 등장하지요. 그렇지만 이 세 여인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직접적인 목격자 가 되었고, 또 첫번째로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전한 영광스러운 증인이 되었습니다. 이방인이었던 백부장은 예수님이 정말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첫번째로 고백한 사람이 되었고, 아리마데 사람 요셉은 예수님께 무덤을 제공했습니다. 이것은 공회원으로서 어쩌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거는 굉장히 용기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실제로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제자들은 두 번씩이나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들었지만 그 사실을 전혀 믿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몇 번씩이나 그렇게 말씀하셨는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이들은 정작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에서 예수님께 꾸중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완악해서 부활소식을 듣고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저는 분명히 압니다. 신앙은 결코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닙니다. 물론 열심도 필요하고 또 섬기는 행동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 자체는 그 사람의 신앙이 어떠한지를 보여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겉모습에 속게 만드는 역할을 할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속는 것은 그 대상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될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열 두 제자들은 자기들의 믿음이 그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예수님을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은 정작 그 마음의 중심은 놓치고 있었습니다. 자기 안에 참된 믿음이 있는지 아닌지는 챙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끝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이었음이 드러났고 그래서 오히려 믿음 때문에 예수님의 꾸중을 듣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가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들은 어떠냐고? 너희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은 제자들과 더 가까우냐, 아니면 여인들과 더 가까우냐고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겉모습과 지금 당장 드러나고 있는 열정에 속으면 안됩니다. 그것보다 더 영적으로 위험한 일은 없으니까요.
진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나 아닙니다. 우리 안에 있는 믿음이며, 그것을 제대로 잘 챙기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인들을 보면서 우리 자신의 신앙이란 뜨거운 열정보다는 주님을 향한 간절한 진심으로 더 정확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항상 주님을 향한 간절한 진심을 잃지 않도록 마음을 주님께 드리는 우리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