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10월 17일 월요일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알려주신 내용들은 모두 맞았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자 거기서 바울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유대인들의 핍박과 협박이었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위험이었습니다. 24장부터는 그 일로 붙들린 사도 바울이 이 사람, 저 사람, 그 당시 유대 땅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에게로 옮겨 다니면서 심문을 받고 재판을 받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죄도 없었습니다. 그저 유대인들이 바울을 자꾸 고소하니까 권력자들은 바울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바울을 괴롭힌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바울에게서 마치 십자가를 지시기 전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도 그러셨습니다. 죄가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빌라도도 알았고 이스라엘의 왕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은 이리 저리 끌려 다니면서 괴롭힘을 받았고 또 재판을 받았습니다.
사실 사도행전은 구석 구석에서 바울의 살았던 삶이 예수님의 발걸음을 참 많이 닮아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왜 바울의 삶과 예수님의 삶은 이렇게 많이 닮아 있었던 것일까요? 그것은 바울이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자란 그런 사람들입니다. 스승이 가르치신 가르침을 따라서, 스승이 갔던 길을 걸어가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는 예수님을 닮은 모습, 예수님이 사셨던 것을 흉내내는 듯한 그런 모습이 그렇게 많이 보여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지는 예수님을 닮은 모습 속에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모습, 영광스러운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처럼 고난받는 모습, 그리고 예수님처럼 무시당하고 고통당하는 모습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은 승리하신 예수님만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주님만 생각합니다. 주님 때문에, 주님이 가신 길을 가기 때문에 성도와 교회가 가는 길에 뭍어날 수 밖에 없는 고난과 고통을 당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작은 교회의 목사가 되어보니 그제서야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늘 성도들이 작은 교회에 나오고, 또 그 교회를 섬기는 일을 그다지 반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분들도 다 압니다. 작은 교회를 세우고,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이 다 갖추어진 교회에 다니는 일보다 훨씬 더 가치있고 하나님 앞에서 칭찬받을만한 복된 일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그러니까 불편하고 없는 것 많아도 작은 교회를 좀 섬겨 보라고, 하나님 앞에서 더 복되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아보라고 말하면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평생 그렇게 못하겠거든 3-4년이라도 기간을 정해서 작은 교회를 섬겨 보라고 말해 주어도 그렇게 움직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동안 그렇게 큰 교회에서 그렇게 잘 양육받고 신앙이 자라왔는데, 그래서 이제는 충분히 그럴만도 한데 전혀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큰 교회에서 누려왔던 것들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들도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작은 교회를 섬겨 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지를 찾는 목회자는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모든 것이 갖추어진 교회의 목사가 되는 일만 생각합니다.
바울의 삶이 영광스럽고, 그의 사람이 값진 것은 그가 능력을 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전도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바울의 삶이 가지는 위대함은 그가 주님을 위해서 불편함과 오해, 고통과 손해를 감수했고, 그래서 자신의 삶을 예수님의 향기를 담아내는 그릇으로 헌신했다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모든 성도들이 바울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섬기는 목사로서 적잖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예수를 믿어서, 이렇게 자기 자신 밖에 모르고, 손해나 불편함을 감수할 줄 모르는 이런 모습으로 살아서 과연 주님 앞에 어떻게 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교회와 성도의 삶 속에 예수님을 닮은 모습이 뭍어 있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마지막 날 우리들의 영광이 되고 칭찬이 되며, 영원한 상급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도 여러분, 하나님 앞에서는 주님을 위해 또 주님의 교회를 위해 작은 자로 사는 것, 낮은 자로 사는 것, 그리고 부족하고 불편한 삶을 사는 것이 더 복됩니다. 다 갖춰진 교회, 부족함이 없는 교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교회만 찾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복되고 영광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불편하게 신앙생활하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곳을 섬기시기 바랍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을 기쁨으로 섬기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그런 성도들이 될 때, 우리의 인생은 하나님 보시기에 더 영광스러운 인생이 될 것이고, 더욱 더 복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고, 바울이 그랬듯이 우리들도 모두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높고 영광스러운 삶을 선택하는 지혜로운 성도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