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9월 28일 수요일
사도행전 8장에는 일곱 집사들 중 한 사람인 빌립의 활약상이 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빌립은 복음을 전하는 일과 관련해서 정말 대단한 일을 많이 했습니다. 유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마리아로 가서 복음을 전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었을 뿐 아니라, 성경구절 그대로 표현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붙었던 귀신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가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못 걷는 사람들이 고침을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사마리아 성에는 커다란 기쁨이 있었습니다. 사마리아 성에 큰 기쁨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사마리아성은 기쁨이 있을래야 있을 수 없는 그런 성읍이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 신앙을 버린 사람들이라고 따돌림을 받고 마치 개처럼 무시를 당하면서 살았습니다. 사실 그들은 같은 유대인들이면서도 그래서 유대 땅으로 가지 못했고, 유대인들도 그들이 사는 곳에 오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아얘 상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성에 복음이 전해졌고 그래서 큰 기쁨이 있었다니 그들에게 그것은 정말 큰 기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마리아 성에서 마술을 부리며 성 안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큰 사람’이라고 대접을 받던 시몬이라는 사람이 복음을 믿고 세례를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가 온전히 변하지 않아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말이지요. 또 빌립은 성령님의 지시를 받고 가사로 가서 거기서 이미 유대교인이 되어 있었던 에디오피아의 국고를 맡은 관리에게 복음을 전하고 세례를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바로 그 관리의 눈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아소도라는 지역에 나타났는데 거기서도 빌립은 여러 성을 다니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렇지만 빌립이 한 일은 사실 예루살렘 성도들이 이 곳 저 곳으로 흩어져 가면서 했던 일의 일부입니다. 빌립이 대표적으로 놀랍고 능력있게 복음을 전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곳곳에 흩어져 들어가 복음을 전했을 때 그 열매들은 분명히 풍성하게 맺혔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복음의 열매들이 풍성하게 맺혀졌다는 내용이 기록되려면 그 전에는 좋은 내용이 기록되는 것이 훨씬 더 잘 어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다시피 7장 마지막 부분과 8장 처음 부분에는 사도행전에서 가장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를 했습니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핍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도들 이외에 거의 모든 성도들이 예루살렘을 떠나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스데반이 그렇게 죽은 일로 성도들은 크게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성도들이 그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붙잡혀서 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절을 보면 그 모든 일의 결과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흩어진 사람들이 두루 다니며 복음의 말씀을 전할새…” 많은 분들이 이 일을 마치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명령을 어겨서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교회가 핍박을 받도록 하셨고, 그래서 결국 그렇게 흩어진 성도들이 사마리아를 비롯한 이 곳 저 곳으로 흩어져 가면서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성경에는 그 일이 그랬었다는 단서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말씀은 명령이 아니라 약속입니다. 예수님은 증인이 되라고 하신 적이 없으셨고 증인이 될 것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래서 그러 설명은 예루살렘 교회에 대한 근거없는 모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일은 거꾸로 된 것입니다. 스데반이 죽고 교회가 핍박을 받아 감옥에 투옥된 사람들도 생겨났고, 예루살렘을 떠나 이 곳 저 곳으로 흩어져 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흩어져간 성도들은 믿음이 약해지거나 용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는 곳마다 열심히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결과 가는 곳마다 복음의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고 그런 그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약속을 이루어 가셨던 것입니다.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상황을 보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마음과 뜻을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상황을 무시하지 않지만 상황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우선적으로 붙드는 것입니다. 복음을 믿는 사람들이 핍박을 받게 되고, 심지어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고 해서 복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진리를 따라 사는 사람이 고난을 당한다고 해서 진리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진리가 틀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핍박과 고난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이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했을 때, 그 모든 곳에서 마치 예수님께서 살아계실 때 일어났던 일들과 같은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은 여전히 성도들이 복음의 능력을 믿고, 자신들을 복음의 증인을 삼으시겠다는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과 약속을 믿는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고 불구하고 상황은 변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 밖에 없습니다.
항상 믿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주는 실망과 좌절을 이기고 주님의 약속이 이루어져 가는 것을 보는 우리들, 그리고 그 약속을 이루어 가는 우리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