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D (#1).mp3.zip설교일 : 2016년 10월 11일 화요일
에베소는 바울에게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19장을 보면 바울은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에베소에서는 2년 동안이나 머물면서 계속해서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이 말은 결국 에베소의 성도들하고는 2년 동안이나 함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렇게 함께 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들과는 각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13절 이하에 보면 바울은 아주 서둘러서 예루살렘으로 가고 있었지만, 밀레도에서는 일부러 에베소의 장로들을 거기까지 오라고 요청해서 거기서 그들과 만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 교제는 우리가 이미 읽었던 것과 같이 아주 긴밀하고 애틋했습니다. 저는 문득 그게 누구의 잘못이고 책임인가 하는 것과는 별개로 오늘날 성도들의 교제가 과연 이런 교제를 닮아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사실 저 자신도 그런데 참 많이 약하지만 저는 몸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도의 교제에 많이 목말라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어찌 보면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만남과 교제들을 보면서 이것이 오늘날 성도들이 힘이 없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되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러니 성도는 몸의 지체로 있을 때 잘 자라고 또 힘이 있게 마련인데, 몸 안의 지체들이 서로 긴밀하고 친밀하게 묶여 있지 않으니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오늘날 많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들이 심지어 같은 취미를 가졌다는 이유로 만나는 동호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제보다도 너그럽지 못하고 또 정이 깊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노력도 너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문제는 분명히 단기간에 해결되거나 혹은 무슨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바울과 에베소의 장로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그림을 마음에 품고서 찬찬히 그들처럼 서로를 대한다면 이 문제도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성경을 통해 보았던 에베소의 장로들과 바울의 모습은 사실 그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어떻게 그들의 관계가 그렇게 깊고 진실된 관계가 될 수 있었는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의 관계가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어렵지도 않습니다.
20장은 전체적으로 참 감동적입니다. 바울이 장로들에게 했던 설교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찬찬히 읽어보면 그 안에는 장로들과 에베소 성도들을 향한 바울의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을 통해 바울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얼마나 걱정하는지, 그래서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일을 얼마나 안타까워 하고 있는지 이런 세밀한 감정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바울이 모든 설교를 마치고 난 후에 그들이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 “이 말을 한 후 무릎을 꿇고 그 모든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니 다 크게 울며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고 다시 그 얼굴을 보지 못하리라 한 말로 말미암아 더욱 근심하고 배에까지 그를 전송하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기도가 끝나자 모두가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또 바울의 목을 안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목회자와 성도의 사이가 아닙니다. 그런 형식적이고 공식적인 관계에서는 이런 모습이 연출될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이 겨우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이런 깊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면 이들이 얼마나 서로를 위해서 헌신했으며, 얼마나 깊이 삶을 나누었고, 서로에게 마음까지도 주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성도들 사이의 관계가 친밀한 듯하지만 깊이가 없는 것은 서로 서로 감정적으로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고, 서로 삶의 깊은 곳까지 공유하려는 헌신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같은 교회를 2,30년씩 다녀도 서로를 향해서 별반 애틋한 마음이 없고 그저 헤어지면 그 뿐입니다. 사실 서로 삶을 나누고 서로 자신의 감정을 주고 받는 일. 이미 다 자란 어른들에게는 귀찮고 번거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관계에 대한 이런 감정적인 헌신이 없으면 교회 안의 관계는 그저 피상적이고 덤덤한 관계, 서로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관계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교회는 힘이 없고 외로운 곳이 되며 모래알들이 모여있는 그런 모습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땅의 교회들 안에 오늘 바울과 에베소 교회 장로들이 나누었던 교제의 장면들이 다시 재현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우리 교회 안에도 이런 애틋하고 마음 풍성한 교제들이 되살아기를 소망해 봅니다. 그래서 이 땅의 교회들이 혼자서는 힘이 없지만 모이면 힘이 있고, 혼자서는 행복하지 않지만 모이면 행복한 그런 공동체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