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11월 16일 수요일
오늘 함께 읽은 말씀 속에는 사도 바울이 고린도의 성도들을 향해서 가지고 있었던 마음이 말 그대로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나님의 종으로서 가지고 있었던 마음도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이 부분을 읽는 동안에 다른 본문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과 사랑, 그리고 하나님게서 자기에게 맡기신 일들에 대한 확신과 분명한 소명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먼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약간의 꾸중을 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바울은 누군가를 꾸중하면서도 그에게 아주 따뜻한 아버지의 심정으로 다가가고 있고,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해 주라고, 너무 심하게 나무라서 그가 낙심하지 하게 하지 말고 그 사람에게도 사랑을 보이라고 부탁했습니다. 누군가 잘못한 사람을 공적으로 나무라는 것은 그를 정죄하고 그에게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반성하게 해 주면서 동시에 교회의 거룩함을 지켜나가기 위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징계하시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징계는 형벌이 아닙니다. 징계는 아버지가 아들의 잘못을 나무라는 것입니다.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며 다시는 그런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런데 교회 안에서는 이 일이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잘못에 집중하게 되고, 사랑보다는 정의가 앞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과도하고 지나치게 그 사람을 비난하고 정죄할 수 있지요. 그러면 그 사람은 낙심합니다. 믿음을 잃게 됩니다. 다윗은 바로 잡아야 할 잘못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되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죄를 따지고 징계를 내리는 것도 그 사람을 위한 일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아버지 마음, 그리고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우리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꼭 징계를 하고 잘잘못을 가릴 때가 아니더라도, 교회 안에서 형제와 자매의 허물을 볼 때, 그 허물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일을 넘어서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잘못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상처받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의 잘못을 깨닫게 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고, 예수님의 마음이니까요.
두번째로 사도 바울이 보여주는 것은 ‘소명’을 가진 사람이 소명에 대해서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소명 자체에 집중합니다. 그러니까 ‘소명’이라는 일 자체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그것 자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물론 소명은 중요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을 중심으로 해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소명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소명을 이루는 일 보다도 그 소명을 감당하는 우리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소명의 사람은 우선 자기 만족으로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소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내가 그 소명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가고 있다는 사실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소명의 사람들은 자신의 만족을 하나님으로부터 찾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면 자신도 기뻐하고 하나님이 그렇지 않으시면 자신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소명의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명의 사람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맡기신 일들을 하나님께서 맡기신 대로, 아주 정직하게 행합니다. 분명히 그 일이 사람을 위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맞추어서 일해 갑니다. 그리고 자신이 하나님의 일을 맡은 사람이기에 그 그릇으로서 자신의 삶을 구별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삶이 자신이 맡은 일의 가치와 어울리지 않아서 그 일을 그르칠까 조심합니다. 그렇지만 또 소명의 사람은 그 소명의 보호를 받습니다. 소명이 있기에 분명하고, 소명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으며, 소명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소명이 있기에 소망을 갖습니다.
바울은 이렇게 우리가 소명을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는 점점 예수님의 성품과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명 앞에서는 확실하고 흔들림이 없지만 사람들을 향해서는 한 없이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어떻게 보면 여리기까지 한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바로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은 우리가 참 사람됨을 되찾아 가는 과정입니다. 자신을 중심으로 살기에 항상 불안하고 분명치 않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냉정하고 가차없는 사람이 아니라, 소명을 중심으로 살고 하나님을 중심으로 살기에 분명하고 흔들리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 한 없이 따뜻하고 친절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는 과정 말입니다. 우리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 하나님을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복되고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언제나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사람, 참 사람으로 빚어져 가는 우리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