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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분문 : 시편 25편
성경에서 온유함은 아주 값진 성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모세도 온유한 성품 덕분에 하나님께 칭찬을 받았고, 예수님도 온유한 분이셨을 뿐 아니라 팔복의 말씀에서는 온유한 자에게 특별한 복을 약속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만큼 하나님이 온유한 사람을 귀하게 여기신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온유함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저 부드럽고 친절하며 사람을 넓게 품을 수 있는 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요. 온유한 사람은 그런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온유함을 그저 인간적인 눈으로만 바라본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하나님 보시기에 온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그런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늘 시편 25편을 읽어보면 누가 하나님 보시기에 온유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시편 25편 전체가 온유한 사람의 기도이니까요. 그렇다면 온유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한 마디로 말씀드려서 온유한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가난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난은 쓸 것이 많이 부족한 것을 말합니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으면 살아갈 방법이 없는 상태가 가난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온유한 사람은 자신이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 사람을 말합니다. 온유한 사람은 우선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죄인이고 그래서 하나님 앞에 설 수도 없고 무언가를 구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하나님 앞에서 가난한 사람이 됩니다. 그저 은혜만 구하고 하나님의 은혜에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됩니다. 또 현실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온유한 사람은 실제의 삶에 있어서도 하나님과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서 가난해 집니다. 오늘 시편 25편에 나오는 하나님을 우러러 보는 사람, 주께 의지하는 사람, 주를 바라는 자들, 여호와를 경외하는 자들이라는 말들은 모두 그런 ‘온유한 자’를 달리 표현한 말들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정말로 가난해진 사람들은 하나님을 우러러 보고, 하나님을 의지하고 주님만 바라며, 또 하나님을 경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편 25편은 다윗이 아주 심한 고통과 환란을 당하면서 지은 시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편은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간절한 기도가 나오는가 하면 그 뒤에 곧바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내용이 나오고, 죄를 고백한 후에는 또 다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이야기하고, 그런 후에는 또다시 곧바로 간절한 기도가 나오고… 이렇게 세 번을 반복한 후에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의 고통과 힘든 것을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내놓고 구원과 보호하심을 간절히 구하면서 기도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윗의 기도가 이런 혼란스러운 모양이 된 것은 그에게는 이 기도 자체가 믿음의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 가운데 있습니다. 그것도 억울하게 다윗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계략에 빠져서 그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일을 당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상황 자체도 삶을 흔들어 놓을만큼 충분히 고통스러운데, 거기다가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은 커져만 갑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우리의 믿음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아얘 뿌리채 뽑아버리겠다는 듯이 달려들지요. 언제나 그렇습니다. 고난은 이렇게 현실 뿐만 아니라 우리 믿음도 심하게 뒤흔들어 놓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일들을 이겨내고 넘어설 힘이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그렇고 신앙적으로도 그렇고 그 흔들림을 멈추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은 하나님 앞에서 가난해지고 낮아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안 나가던 새벽기도도 나가고 특별한 기간도 정하고 해서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고 보호를 간구합니다. 하나님 아니면 안된다고 간절히 부르짖지요. 그런데, 사실 이런 경우에 우리의 기도는 그리 확신에 차 있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너무 덩치가 크고 믿음까지 흔들리기 시작한 상태에서 기도를 시작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이럴 때 우리의 기도는 그 자체가 힘겨운 믿음의 싸움이 됩니다.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기도하면서도 흔들리는 믿음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이 있는 그런 싸움 말입니다. 그래서 이럴 때 우리의 기도는 이랬다 저랬다, 믿음과 의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드려지는 그런 기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 왜 나에겐 믿음이 없는가 하면서 낙심하면 안됩니다. 그게 우리의 믿음의 본 모습입니다. 항상 부족하고 불안한 것 말이지요. 편안할 때는 우리의 삶과 신앙을 흔드는 시험이 없으니 그것을 몰랐기 때문에 그래도 내 믿음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나의 힘으로는 내 믿음 조차도 붙들 수 없는 존재구나.’, ‘내 믿음이 대단한 것 같아도 이렇게 흔들릴 수 밖에 없구나’하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그런 온유한 마음, 하나님 앞에서 가난해진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흔들리는 믿음이라도 꼭 붙들고 혼란스러운 기도라도 꼭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도를 드릴 때, 그저 자기 심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 놓기만 해도 좋지만 다윗이 사용했던 기도방법을 사용하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다윗은 간절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절실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흔들리는 자신의 믿음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향해 ‘설교’를 했습니다. 자기 영혼을 향해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해 온 선하신 하나님,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고 믿어왔던 성경의 하나님, 신실하시고 정의로우시고 온유한 자에서 상을 주시는 하나님에 대해 말해주고 가르쳤습니다.
정말 정말 방법이 없을 때 하나님의 도움과 구원하심을 구하는 기도는 탄식이 되기가 쉽습니다. 밝은 기도가 되기 보다는 어두운 색깔을 띤 기도가 되기가 쉽지요. 또 자신의 곤경과 어려움에 온통 붙들려 버리가가 쉽습니다. 이 때 우리를 다시 믿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생각하고 자신의 영혼에게 그 하나님에 대해서 말해 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때는 이렇게 잘 합니다. 여러가지 신앙적인 말로 힘을 주고 용기를 주려고 하지요. 그렇지만 정작 자신이 똑같은 상황에 빠지면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 어려움만 붙들게 될 때가 더 많습니다.
고난과 시련 때문에 흔들리는 우리의 삶은 가난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로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서 하나님의 도움과 구원을 구하는 기도는 언제나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의 물줄기를 끌어 들이는 물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고난 때문에 흔들리는 신앙은 자기 영혼을 가르치고 설득하는 일을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자기 영혼에게 이전에 하나님이 행하셨던 일을 다시 일깨워주고, 하나님의 신실하신 성품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 줄 때, 우리의 믿음은 진동을 멈추고 이전보다도 더 든든하게 설 수 있습니다. 탄식의 기도, 현실의 문제를 하나님께 맡기는 기도도 분명히 좋은 기도입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우리의 영혼을 일깨우고 가르치는 믿음의 싸움이 더해 진다면 우리의 기도는 고난과 시련을 너끈히 이기고 다시 서게 해 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온유한 자에게 주시는 복들이 참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복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온유한 마음, 하나님 앞에서 가난해진 마음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하나님만 바라보며 드리는 가난한 기도입니다. 만약 그런 마음이 없고, 그래서 그런 기도를 드릴 수 없다면 믿음은 더욱 더 심각하게 그리고 뿌리까지 흔들릴 것입니다. 삶은 더 심하게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그런 기도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자기 능력을 벗어난 일을 자기 힘으로 해결해 보겠다고 애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온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전부를 하나님께 의탁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믿음까지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지요. 자신은 고난과 시련이라는 문제를 버텨내고 해결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영혼을 지키고 믿음을 지키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하나님께 맡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지요? 그 때부터 믿음을 지키고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은 내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 됩니다. 물론 우리 자신도 싸워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 책임지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싸움 자체를 하나님께 맡긴 다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스스로 그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정도만 하면 되면 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십니다.
오뚜기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아무리 넘어 뜨려도 다시 일어서고 또 다시 일어섭니다. 그것은 오뚜기의 무게중심이 오뚜기의 밑바닥 한 가운데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무게 중심이 낮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잘 넘어지지 않고 넘어지더라도 더 쉽게 일어설 수 있습니다. 온유함이 복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하나님 앞에 가난한 사람은 그만큼 더 쉽게 하나님을 찾습니다. 더 수월하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온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 인생과 믿음의 묵직한 무게중심이 되어 줍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에게는 우리 삶에 닥쳐 오는 어려움과 시험들을 전부 이겨내고 든든히 설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우리의 믿음까지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더더욱 부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유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가난한 마음으로 자기 마음을 물처럼 쏟아놓으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기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자기 영혼을 하나님 말씀으로 설득하고 가르치는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해서 사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으로 사는 것이 가장 큰 복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온유한 자가 되는 복을 주셔서 가난한 기도의 능력 가운데 살게 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