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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3.04.22.새벽예배 -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요한복음 124)


요2101to14 - 그물이 찢어지지 아니하였더라(요한12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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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 요한복음 21장 1-14절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모여있던 다락방에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려움과 절망에 빠져 있던 그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있는 정말 놀라운 경험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제자들을 파송계획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홀연히 사라지졌습니다. 이 일로 제자들은 절망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뿐이었습니다. 제자들은 너무 놀라운 일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주님의 생전의 말씀이 하나 하나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잔뜩 큰 기대를 했겠지만, 이상하게도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시 나타나시지 않으셨습니다. 온갖 기대를 가지게 해 놓고 나중에는 소식조차 없는 사람처럼 주님은 기다리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지 않으셨습니다. 다시 예수님께서 타나나셔서 사태를 완전히 수습하기를 기다리던 제자들은 이제 허탈함에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베드로를 비롯한 7명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들은 다시 자기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 보장도 없는 기다림을 계속할 수가 없었고, 먹고 사는 것은 또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서 예전에 하던 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디베랴 바다, 그러니까 갈릴리 호수로 갔습니다. 허탈함은 여전했지만 허탈한 마음을 억지로 추스리고 베드로를 따라 한 배에 올랐습니다. 정말 열심히 그물을 던졌습니다. 한 밤이 다 지나고 이제 동녘이 어슴프레한 빛을 발할 때까지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물고기는 단 한마리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그물이 고기로 꽉 차는 것보다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었습니다. 


그 때, 해변에서 한 남자가 소리를 지릅니다. “고기 좀 잡았는가?” 그들은 대답했습니다. “한 마리도 없습니다.” 그 남자는 다시 소리 쳤습니다. “그러면 배 오른 쪽에다가 그물을 던져 보게나.” 밤새도록 그물을 던졌는데, 왜 배 오른쪽에다 그물을 던져 보지 않았겠습니까? 던져도 수 십번이나 더 던져 보았을 것입니다. 이미 던져 보았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제자들은 그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씨알이 굵은 고기가 도저히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잡혔던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날은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밝아졌고, 예수님께서 특별히 사랑하셨던 제자는 멀리 서서 소리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이야!”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까지 겉옷을 벗은 채로 그물을 추스리던 베드로는 겉옷을 차려입고 물로 뛰어들고 말았습니다. 


제자들은 말 그대로 유구무언이었습니다. 무슨 할 말이 있었겠습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 분을 만져보고, 그 분의 말씀을 듣고 나서도 고향으로 돌아와 고기를 잡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의 꾸중을 들을 각오를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곁으로 모여온 제자들이 발견한 것은 숯불 위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는 떡과 고기였습니다. 예수님은 일부러 지금 잡은 고기를 좀 가져오라고 하셨습니다. 베드로에게 직접 잡은 고기와 그물을 확인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물을 바닷가로 끌어올린 베드로는 깜짝 놀랐습니다. 큰 물고기가 153마리나 잡혔지만, 평상시 같으면 찢어지고도 남았을 그물이 말짱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손수 떡과 생선을 가져다가 나누어 주셨습니다. 성경은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세 번째 나타나신 일에 관한 이야기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두려움과 절망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다른 제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부활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도마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을 체념한 채로 예전의 생업으로 돌아와 있는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모두가 예수님을 확고히 믿거나 예수님의 부활소식을 듣고 소망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3년 동안 예수님을 따라 다녔으면서도,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고 들었으면서도 낙담과 체념 가운데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주님은 믿음이 작은 것을 책망하시면서도 결코 그들을 버리는 분이 아니십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자들만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너무 연약하고, 너무 어리석고, 너무 더디 믿는 사람들도 사랑하고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도마가, 그리고 베드로가 훌륭하게 준비된 사람이어서 특별하게 그들에게만 나타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이 가장 믿음이 적고, 더 큰 실망과 채념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주님은 그들을 찾아오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중심은 예수님과 베드로입니다. 주님은 물론 7명 모두를 만나러 오셨지만, 특별히 베드로를 세심하게 다루고 계십니다. 베드로가 먼저 고기 잡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잡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던지라는 곳에 그물을 던졌더니 그물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고기들이 잡혔습니다. 이 일을 경험하는 베드로의 머리 속에는 그동안 잊고 있던 예수님께서 자신을 처음 부르시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것입니다. 누가복음 5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처음 제자로 부르실 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때도 베드로는 밤이 새도록 그물을 던지고 또 던졌지만 아무 것도 잡은 것이 없었습니다. 주님은 그 때도 그물을 던질 곳을 알려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때도 베드로는 두 배에 가득 찰 만큼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놀라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이런 고기를 낚는 것으로 날라지 말라고, 이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는 말로 베드로를 부르셨고, 베드로는 그물과 배를 버려두고 예수님을 좇았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지금 다시 자기가 버려두고 떠났던 그 그물과 배로 돌아왔고, 처음 부르심을 받은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그 때처럼 지금도 베드로에게 꼭같은 경험을 하게 하신 것입니다. 주님은 이번에도 베드로에게 잡은 물고기를 자세히 확인할 기회를 주십니다. 베드로는 보통 때 같으면 그물을 찢고도 남을 정도의 많은 고기에도 불구하고 그물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확인합니다. 제자리도 돌아오는 베드로에게 주님은 직접 구운 물고기와 떡을 떼어서 주셨습니다. 그런 주님의 모습은 예전에 들판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덩어리로 5천 명을 먹이셨던 그 분의 모습, 마지막 유월절날 떡을 떼어 주시던 예수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언제나 빈 그물이었습니다. 열심히 무엇을 얻으려고 애쓰고 밤새도록 노력해도 얻은 것이 하나 없는 빈 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는 가득 찬 그물이 되었습니다. 두 배에 가득차게 고기를 낚는 그물, 찟어질 정도의 고기를 낚고도 찟어지지 않는 넓고 든든하며 풍성한 그물이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도 베드로는 다시 삶의 걱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하루치의 삶을 위해서 근심하며 애쓰는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 그에게 주님은 오천 명을 먹이던 손으로, 자신의 살과 피를 나눠주신 그 손으로 베드로의 주린 배를 채워 주셨습니다. 베드로가 깨닫게 된 것이 무엇일까요? 삶의 참된 풍성함과 만족함은 자신이 자신의 삶의 일만을 애쓰며 자신의 필요를 채우려는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님의 든든한 그물이 되어서 사람들을 건지며, 주님의 손으로 공급해 주시는 것으로 삶의 필요를 채울 때에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물론 베드로와 제자들이 이 깨달음을 자신의 삶으로 녹여내기까지는 아직 성령님의 충만한 임재를 경험하게 하시는 과정이 더 필요하지만, 주님은 그들을 그 때까지 그저 두고만 계시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연약하면 연약한 대로 제자들을 찾아오시고, 그들을 따뜻하게 섬기시면서 제자의 길을 가르치시고 그들을 그들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놓고 계셨던 것입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의 부족함과 연약함에도, 우리의 실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우리를 주님의 그물로 만들어 가고 계십니다. 자기의 힘으로 주워담다가 터지고 망가지는 그물이 아니라, 담아도 담아도 여전히 든든한 사람들을 살리는 그물로 만들어 가고 계십니다. 저와 여러분의 진정한 풍성함과 만족은 나의 힘으로 나의 필요를 채우려고 바둥 거리며 사는데 있지 않습니다. 주님의 그물이 되고, 거기에 담아주시는 하나님의 고기를 담을 때, 그 때 주님의 손으로 채워주시는 것들로 삶을 채우는 그런 삶을 살 때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를 근심케 하는, 우리를 한숨짓게 하는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근심을 내려놓고 주님의 그물이 되시기 바랍니다. 밤새도록 수고해도 얻는 것이 없는 허무한 그물이 아니라 천국을 위한 수많은 물고기를 담고도 찟어지지 않는 든든한 주님의 그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 일을 소원하시고, 그 일을 위해서 기도하시며 애쓰시기 바랍니다. 그려면 그 날, 베드로와 제자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셨던 주님의 손길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고 만족하게 하실 것입니다. 이런 복의 주인공이 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