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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현교회 설교,강의/새벽예배

2013.04.24. 새벽예배 -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요한복음 126)


요2118to19 -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요한12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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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 요한복음 21장 18-19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성격이나 취향, 사고방식과 가치관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아마 같은 지붕 밑에 사는 가족들이라도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는 때때로 사람들을 생각하면 하나님은 참 재미있으시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도 같은 사람이 없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다 다르니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시고 섭리하는 것이 지루하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지문만큼이나 다릅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기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고 살아간다고 공언하는 사람일지라도 내심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특히 자기에게 중요한 사람일 수록 그 사람에게 자신이 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세 번의 나를 사랑하느냐는 주님의 질문, 그리고 세 번의 주님께서 아신다는 베드로의 대답, 그리고, 그러면 내 양을 먹이라는 주님의 명령… 이 대화가 끝난 후 주님은 베드로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성경은 이 말씀이 베드로가 어떤 모습으로 죽게될 것을 예언한 말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성경에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베드로는 나중에 선교를 하다가 잡혀서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었다고 합니다. 분명히 베드로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를 결박했으며, 베드로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그를 죽였습니다. 모두가 베드로가 소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베드로에게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였습니다. 성경은 이러한 베드로의 죽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말씀을 하실 때 주님은 아주 진지하게, 베드로를 바라 보시면서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베드로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머리 속에 베드로의 지난 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젊어서는 네가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이것이 예수님의 기억 속에 있는 베드로의 지난 날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에 그물과 배를 버려두고 당장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주님을 향한 가장 훌륭한 고백을 하였으면서도 곧 이어 주님의 길을 가장 심각하게 방해하는 사탄 노릇을 하다가 주님께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바다 위를 걷다가 갑자기 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주님을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까지 해 놓고도 세 번이나 다시 맹세까지 하면서 주님을 배반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서도 고향인 갈릴리로 돌아와서 예전의 삶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야 말로 자기 스스로 띠띠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녔던 삶입니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감정이 끌리는 대로 움직이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 베드로의 과거였습니다. 그것은 겉으로는 주님을 따르는 것 같았지만, 주님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결단만을 따른 과거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말씀해 주시는 앞으로의 베드로의 모습은 그와는 전혀 다릅니다.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치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이제 이후로 베드로는 이전과 같이 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었습니다.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또 죽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감정이 끌리는 대로 살아서는 안됩니다. 좌충우돌 자기 의지대로 움직여서는 안됩니다. 그 대신 남을 향해 팔을 벌리고, 그가 띠워주는 띠를 띠고 원치 않는 곳으로 가야하며, 원치 않는 죽음을 죽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베드로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의 모습은 앞으로 살아갈 베드로의 삶의 요약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남에게 팔 벌리고 십자가 위에서 순교하게될 것이지만, 그 이전에도 베드로는 그런 모습으로 살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에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으려는 사람들 앞에서 조차도 평온하게 팔을 벌려, 자신이 원치 않는 모양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모든 운명은 주님께 맡긴 채로 자신에게 맡겨진 그 당시의 사명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 그것이 주님이 베드로에게 말씀해 주신 미래의 베드로의 삶의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신앙의 성숙이란 무엇일까요?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해 간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스스로 띠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니던” 사람이 점점 “남에게 팔 벌리고 띠띠우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입니다. 내 맘대로 내 의지대로 살던 사람이 하나님을 향해 팔을 벌리고, 하나님의 섭리를 향해 팔을 벌리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 신앙의 성숙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순리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이 바로 성숙의 과정입니다. 


저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인생이 하나도 내 맘대로 안된다는 것을 빨리 그리고 확실히 깨달을수록,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려고 버둥거리는 일을 빨리 그만둘수록 주님의 뜻에 맞는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신앙의 성숙이란 결국 삶의 주도권을 나에게서 하나님께로 얼마나 확실하게 옮겨놓을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내 삶”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나의 삶”을 생각할 줄 아는 능력에 우리 삶의 평안함이 달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두려워 세번이나 주님을 부인하던 베드로가, 주님을 위해서 갈 길을 다 달려간 후,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밖으려고 서슬 퍼렇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자신이 원치 않는 곳으로 데려가는 그들 앞에서도 평안을 잃지 않는 베드로가 된 것은 그의 인생에 걸쳐서 바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었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그러한 베드로의 죽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죽음만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전체 인생을 통해 이미 영광을 받으셨다는 의미입니다. 베드로가 계속해서 스스로 띠띠고 자기가 원하는 데로만 다니는 젊은 베드로로 남아 있었다면, 그의 죽음은 결코 하나님께 영광이 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의 죽음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 것은 그 죽음이 “남에게 팔 벌리고 띠띠워지며, 원치 않는 곳으로 옮겨지며” 살아온 삶의 마지막 증거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주님의 기억 속에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소원한다고 믿습니다. 만약 오늘 주님이 우리를 바라보시며,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면 우리의 과거는 어떤 모습일까요? 주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까요? “스스로 띠띠우고 원하는 곳으로 다니던” 우리의 모습이 “남이 내게 띠 띠우고 원치않는 곳으로 데려가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을까요? 우리 모두의 삶 속에 진정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기를 축원합니다. 


성도 여러분, 내가 나의 인생을 잡고 있으면 우리에게는 불안함과 두려움만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내 삶의 끈을 주님께 드리면 거기에는 평안과 담대함, 그리고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삶을 잡고 있을 때에는 우리의 삶 속에 주님께 영광돌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주도권을 주님께 드리면 우리의 삶은 주님께 향기로운 산 제가 될 것이고, 우리의 죽음의 순간까지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신 주님은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란 누구입니까? 기꺼이 주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주님을 따를 수 있습니까?  자기 맘대로 다니던 베드로가 남에게 팔 벌리는 베드로가 되어야 함을 알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의 삶과 죽음만이 하나님께 진정으로 영광이 됨을 아는 사람들입니다. 


성도 여러분, 오늘 새벽에는 주님의 눈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보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젊은 베드로가, 늙은 베드로가 되어가는 변화가 주님을 따르는 내 속에 일어나고 있는지 정직하게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젊은 베드로가 아니라 늙은 베드로로 살기로 주님 앞에 결단하시기 바랍니다. 


부족하고 연약해도 우리의 삶 속에 그런 변화가 있다면, 주님은 우리의 삶을 통해서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참된 성숙을 이루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