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오순절, 그러니까 맥추절이 되었습니다. 맥추절은 여름철에 보리를 추수하는 절기로 일년 중 첫번째 추수에 감사하는 절기입니다. 그 동안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남기신 약속과 분부에 따라 다락방에 모여서 계속해서 기도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곳에 모여서 기도하던 사람들 위에 하나님께서 성령을 부어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는 성령님을 능력을 주시고 특별한 일을 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성령님은 성령충만을 경험한 사람이 구원을 받았다는 증거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하나님의 추수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사인이기도 합니다. 이제 하나님의 추수는 계속될 것입니다. 알곡은 하늘 곶간에 모아들이고 쭉정이는 불태우는 일이 계속될 것입니다. 첫 오순절에 제자들에게 성령님이 부어진 것은 그들이 첫번 추수한 곡식이고 또 그 능력을 덧입어 추수하는 일꾼이 되게 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령충만함은 그저 초대교회 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며 이제는 성령충만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초대교회에 부어졌던 성령님이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성도들에게 부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일을 똑같이 반복하시지도 않습니다. 그 일은 이제 죄 때문에 갈라지고 나눠졌던 사람들이 성령님 안에서 하나가 되고 한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특별히 행하신 일이니까요. 그렇지만 성령충만함 자체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모든 시대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성령충만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얻은 백성으로서 추수하는 일꾼이 되어서 하나님 나라 곶간에 새로 추수한 알곡들을 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성령충만함은 우리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성령님을 보내주실 때까지 기다리며 기도하라는 약속을 믿고서 기도할 수 밖에 없지요. 사람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들 중의 하나가 보장이 없는 일을 믿고 기다리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는 보장이 있어도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일을 기다리는 일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런 점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이 성령님께서 오실 것을 기다리며 기도했던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예수님의 약속만 붙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않고 모여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요. 그들이라고 전혀 불안함이나 두려움이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루 하루 지나면서 그렇게 기도하는 일에 대해서 회의가 생기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들은 기도했고, 결국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그들에게는 성령님이 충만하게 부어졌고, 그들은 역사상 최초로 하나님 나라의 알곡이 되는 영광스러운 주인공이 되는 동시에, 다락방 문을 열고 뛰어나와 세상을 향해서 하나님 나라와 구원을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었습니다.
성령님은 이미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우리의 믿음이 그 증거이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성령충만함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도 초대교회 성도들이 감당해야 했던 어려움과 시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기도해야 합니다. 성령충만함을 주실 때까지 기도해야 합니다. 약속만 붙들고 말이지요. 이것은 우리들에게도 참 쉽지 않은 도전입니다. 시험거리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계속해서 우리 교회가 성령충만한 교회가 되는 일을 위해, 또 저 자신이 성령충만한 사람이 되는 일을 위해서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일에 지칠 때도 있고, 그저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성령충만함을 구할 때, 여러분 속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험이고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견디어 내고 이겨내야 합니다.
2장은 하나님께서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성령님을 부어주시는 사건을 기록하면서 1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오순절 날이 이미 이르매…” 성경은 그냥 오순절 날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미’ 오순절 날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벌써,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정하신 날이 되었고, 그 날 성령님을 보내 주셨던 것입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마음과 믿음을 지키며 성령충만함을 위해서 기도하면 하나님의 때가 이를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성령님을 부어주실 것입니다. 그 때 우리는 말할 것입니다. 벌써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고 말이지요.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 있습니다. 중간 중간 우리의 기대를 흐려지게 하고 우리의 기도에서 힘이 빠지게 하는 시험들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우리가 그 모든 것들과 싸워가며 계속 기도할 때, 우리도 주의 영으로 충만해 지는 복과 은혜를 얻게 될 것이고, 이 시대의 추수를 위한 일꾼으로 세상을 향해 구원의 소식을 외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의 약속에 소망을 두고 끝까지 기도하고 인내해서 주님이 주시는 성령님으로 충만해 지는 날을 만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