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일 : 2016년 9월 29일 목요일
원래 사도가 될 수 있는 자격 안에는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한 사람들 중에서도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열 두명만이 사도가 될 자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이 열 두 명도 아니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만난 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사도가 된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그가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사도 바울은 원래 아주 열성적인 유대교의 랍비였습니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그 열성이 너무 특별해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고 잡아 가두는데 앞장섰던 사람이고, 또 그런 사람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여겼던 사람이었지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바울은 사도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절대로 예수도 믿을 수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바울은 너무나 급작스럽게 예수를 믿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마자 유대교를 지키려는 열정보다 더 큰 열정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전하러 다녔습니다. 남들이 자신을 의심하건 혹은 따돌리건 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야 말로 목숨을 걸고 복음 전도자가 되었고, 또 사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적이 없는 바울이 어떻게 사도가 되었느냐? 그것은 예수님께서 성도들을 잡아넣기 위해서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바울을 찾아가 직접 만나주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울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이나 얼굴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강한 빛으로 눈이 멀어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예수님께서는 바울을 찾아가셨고 그에게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바울을 만난 예수님은 살아 계시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이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바울을 그렇게 찾아가시고 또 그렇게 만나 주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를 믿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사도로서의 자격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이후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모든 것을 다 던져 넣고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고 말이지요.
우리는 바울의 이야기를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원래 하나님을 믿고 또 누구보다도 온전하게 하나님을 섬겨야 하는 사람도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나 고집, 또 주변환경 때문에 하나님의 뜻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유의지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험성이지요. 그렇지만 너무도 다행인 것은 사람이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로운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부르심과 선택이 이런 은혜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언제나 어떤 상태에 있든지 그래도 여전히 소망이 있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다보면 도무지 예수 믿을 가능성이 없고, 하나님께로 돌아와 하나님께 순종하며 살아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가족들 중에 있을 때, 우리는 커다란 슬픔과 절망을 느끼게 되지요. 그렇지만 우리는 슬픔과 안타까운 마음은 가져야 하겠지만 절망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마지막에 구원을 얻게될 것인지, 또 누가 그 반대가 될 것인지 사람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지금 예수믿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에서도 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예수님을 믿고 구원을 얻고, 또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일은 그만큼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에 온전히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예수를 못 믿을 사람은 없고, 또 하나님 안에서 변화되지 못할 사람은 없습니다. 바울이 예수님을 믿고 사도가 되어 복음을 전하는 일에 전적으로 헌신한 일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울이 가장 악에 받쳐 있을 때, 그를 찾아가셨고, 그가 교회에 받아들여지게 하시기 위해서 그 당시로서는 가장 신실하고 신뢰받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사용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고 열심입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향해 마음을 품으시면 그 어떤 사람도 그 은혜에 굴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은혜 덕분에,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열심 덕분에 말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 누가 이 자리를 지키며 하나님께 믿음과 사랑을 고백하며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우리 자신도, 또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도 하나님의 은혜가 없다면 답도 없고 소망도 없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에 모든 사람들은 그 은혜 안에서 항상 소망을 향해 열려 있는 삶을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항상 하나님의 은혜에 소망을 두시기 바랍니다. 우리 자신이든 그 누구이든 지금 당장의 모습을 보지 마시고 말이지요. 분명히 하나님의 사람은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고 하나님께서 새롭게 하실 것입니다. 언제나 이 믿음을 가지고 우리를 낙심케 하는 겉모습의 시험을 이기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